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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이 Sep 19. 2015

눈물맛 군만두 이야기

나에게 군만두는 조금 슬픈 음식. 아, 저 올드보이는 아닙니다

집밥 백선생을 보다가 백선생 느님이 (요즘 나에겐 거의 종교급) 군만두를 구우시니 갑자기 잊고 있던 옛날 기억이 뽝.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서 몇 개월 정도 친구가 없어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땐 엄마한테 안겨서 막 울기도 했었음. 열두 살 꼬마에겐 매우 견디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지금이면 엄마 친구가 없어 엉엉 힘드렁 하고 우느니 차라리 집엘 안 들어오고 말지, 그런 종류의 힘든 이야긴 하지 않을 거지만.

그땐 아무튼 그랬다. 그때의 나는 작았고 그때의 엄마는 컸다.


그렇게 친구가 없던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가고, 삼 개월 정도 흘렀을까.

새로운 학교의 친구를 처음으로 집에 데려갔다.

엄마는 집에 뭐가 없어 큰일이라고 눈에 띄게 허둥대며 군만두를 구워줬다.


백 선생이 굽는 군만두를 보는데 왜 그때의 엄마가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때 먹었던 군만두는 되게 맛있었다. 그냥 평범한 군만두였는데 그냥 그 군만두가 참 맛있었던 생각만 난다.  


아무튼 그때 엄마의 모습이 엄청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서인가, 엄마한텐 입버릇처럼 나 친구 많다고 항상 말하는 듯. 뭐 실제로도 그 이후 애인 없는 적은 많아도 친구 없어 외로워본 적 없고, 불러낼 사람 없었던 적은 없으니 거짓말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열두 살 때나 스물일곱 살 때나 엄마 마음 아프게 하는 데엔 소질 있는 나.

항상 미안해 엄마. 나의 상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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