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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Dec 01. 2018

직장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3대 요소


 1980-90년대만 해도 평생직장 생활이 가능했다. 또한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나와도 기대 수명이 짧았고 금리가 높아서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만으로 노후를 즐길 준비만 하면 됐었다. 불행히도 요즈음 급여생활은 영구적이지 않고 심지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입사를 위해 어학연수는 필수고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휴학을 반복하다가 30세나 돼야 겨우 취직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 평균 기간이 11개월이고 첫 직장 근속 평균 1년 5.9개월인 걸로 나타났다. (‘2018년 5월 경제활동 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통계청). 그리고 50세 이전에 대부분 회사를 떠난다. 

지금과 같은 장수시대에 남은 50년은 제2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구직이 쉬운 것도 아니고 연금만 받으며 살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 즉, 돈을 버는 기간은 줄어들고 퇴직 후 살아가야 할 시간은 길어졌다. 직장생활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단될 수도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면 기업은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이런 점이 전문직과는 또 다른 리스크다.  

 노동집약적 산업시대에는 나이가 들어도 숙련공이라는 이름으로 값어치를 해냈다면 지금은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맞는 건지 의심이 가기 일쑤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의 업무도 위계에 따른 지시적 업무보다는 점점 더 평행적 업무를 지향하고 있고 정년퇴직을 맞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 된 지 오래다. 

힘들게 버티기는 하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남아있다. 우리 시대 직장은 더 이상 나와 우리 가족의 우산이 되어 주지 않는다.




일의 적합성, 지속성, 대체 가능성

 


직장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3대 요소는 무얼까? 


첫 번째는 ‘일의 적합성’이다.

“ 유럽은 전기 자동차가 일반화되었다는데 우리 공장이 문을 닫지는 않을까?”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로봇으로 대체되지는 않을까?”

 중공업과 제조업 중심 산업시대에서 4차 산업으로 넘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거제와 군산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났다. 또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IT산업은 언제라도 우리나라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며 일자리가 축소되는 직군들도 있다. 최근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은행업이 대표적이고, 유통업, 학원업 역시 온라인 경쟁력을 따라갈 수가 없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변화하는 시대의 기존 산업에 적(籍)을 두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분야로 갈아타야 할지, 옮겨가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만 앞선다. 


 두 번째는 ‘일의 지속성’이다.

“ 지금 하고 있는 일 말고 나에게 더 잘 맞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 상사가 너무 싫어 출근마저도 두려운데 오늘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복잡한 인간관계, 출퇴근과 계속되는 야근, 건강상의 적신호, 결혼과 육아 등 해결되지 못하는 개인적 문제들로 불안감이 쌓여간다.  무사히 하루를 넘어가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뽑지 않은 사랑니처럼 가끔씩 부어오른다. 


 세 번째는 ‘대체 가능성’이다.

“내 능력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기 계발에 좀 더 비용을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 물론 내 자리 역시 내가 퇴사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듯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 뻔하다. 특별한 기술 없는 사무직의 경우는 더하다. 성장하지 않는 조직에서 승진은 독약처럼 느껴져 얄밉고 영민한 아랫사람을 적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상사들도 많고 신입사원을 가르치지 않는 사수들도 생겨난다.




 이러한 불안함을 마음에 간직한 채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일터로 향한다.  낮에는 전투적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근에 회식에 서로 넋두리하며 일과를 마무리 하는 삶을 산다. 그렇게 한 두 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얘기로 흘러간다. 다소 뻔한 질문 같기도 하고 철학적인 것 같기도 하겠지만 다시 한번 물어보자.  


오늘 내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결할 수 없어서 그냥 시간이 흘러가게 내버려뒀을 때 마지막 내 모습은?

평범하고 소박한 오늘이 20년 30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지금 난 무얼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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