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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Dec 20. 2018

수요자 관점에서 3기 신도시를 전망하다.

국토 교통부는 어제(19일)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위치는 경기도 남양주, 하남, 과천과 인천으로 12만 2천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2003년 2기 신도시 ( 김포한강,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성남 판교, 화성 동탄, 송파위례, 광교, 고덕) 발표 후 더 이상 신도시는 없다는 기조를 깨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히 내려진 조치다.

 동시에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는데, 2기 신도시의 교통망 구축 지연으로 인한 불만이 커지자 3기 신도시는 교통 인프라 공급 방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제 발표한 3기는 아무리 빨리 추진해도 지구 지정 및 개발 보상을 거치면 최소 5년 뒤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교통망까지 완료되는 시점을 본다면 15년 후에나 계획과 같은 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 출처: 연합뉴스>




서울이라는 도시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70년대 후반부터 주택 수요 트렌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넘어가자.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과밀화된 강북 구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강남을 개발했다. 그 전의 강남은 논밭과 뽕나무밭만 있었고, 해마다 한강이 범람하여 살 수가 없는 지역이었다. 지금으로 보자면 강남은 강북의 신도시였다. 고등학교를 옮기고 도로를 깔고 업무 지구를 만드는 등 강남 개발을 적극 추진하였다. 당시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을 실시한 게 압구정 현대 아파트, 반포 주공, 등이었다.

1988 올림픽 이후로 치솟던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1기 신도시를 발표한다. 5개 지역인데 분당, 일산, 중동, 평촌 그리고 산본이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로 서울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주택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1기 신도시 당첨된 사람들은 50~60년대생의 가장과 4~5명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가족 중심의 도시 설계가 주를 이루었다.

2000년대 중후반에 마포, 용산, 성동이 뜨기 시작했다. 이유는 교통, 신축, 맞벌이 부부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즈음에 공덕은 공항철도 및 6호선, 용산은 KTX역 과 중앙선, 성동은 왕십리역 중심으로 6호선, 분당선, 중앙선 세 개 노선이 지나가게 되었다.  또한 국지적이지만 재개발을 통한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이러한 교통과 신축의 교집합을 누리기 위해 70년대생 맞벌이 부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판교 테크노밸리가 자리 잡고, 양재동 R&D 단지 개발과 반도체 호황으로 판교, 세곡동, 위례 등에 고연봉 70~80년 대생들이 아파트를 사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덕-헬리오 시티-개포-잠실을 잊는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입주와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은 사업기간이 길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이거나 원주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증여를 통한 매입이나 분양권 당첨자를 중심으로 한 젊은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수요자 중심으로 지난 도시 개발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3기 신도시의 수요자는 누구일까?


먼저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의 특장점을 살펴보자.

서울 경계에서 2km 내 지역

광역 급행 노선인 GTX 역 부근

3,7호선 연장으로 강남권 접근성 강화

기타 도로망, BRT 노선 구축

국공립어린이집


난개발이 아닌 계획에 의한 대규모 개발이다. 상업지구, 업무지구, 주거 지구가 자연과 어울려 조정되기 때문에 삶의 질이 향상된다. 또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니기 때문에 용적률이 낮고, 도로가 반듯하고 주거와 상업(복합쇼핑몰)이 분리되어 있어 쾌적하다. 특이한 점은 국공립어린이집 위주라는 점이다. 보육만 해결돼도 출퇴근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좋겠다. 분명 청약 조건에 무주택자나 신혼부부를 우선으로 하는 부분이 들어갈 것이라 본다. 즉, 15년후  90년생이 이 곳의 수요자들이다.  


그래서 인구학적 관점에서 90년생의 특징을 알아봐야 한다. 부동산 분석 중 단순히 인구의 수만 수치적으로 보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들의 문화와 사상, 성장 배경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90년생들은  대학을 정시보다는 수시로 많이 들어갔다. 누구나 정시(수능)가 객관적이고 투명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 못한 제도 아래서 불합리함을 느끼며 과도한 사교육을 받았다. 또한 IMF 이후 박세리와 박찬호를 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영어의 중요성, 해외 연수 및 유학 경험이 많은 세대다. 그들은 역사상 유일하게 부모세대보다 가난할 수 있는 세대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고, 소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유 문화가 익숙하다. 또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함과 간단함을 좋아한다. 복잡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판단받고 점수 매겨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공무원 응시자가 많으며 유투버를 직업으로 가지려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에게는 3기 신도시가 매력적일 수 있겠다 싶다. 부동산을 통한 집주인과의 신경전을 할 필요가 없이 공정한 청약 제도가 가장 큰 이유이다. 두 번째는 가성비를 따지는 세대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견주고 재본다면 신도시가 좋을 수도 있다. 1년 교통비가 서울 도심 월세보다 싸다는 계산이 나온다면 말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대규모 신규 채용이 없기 때문에 출퇴근이 필요 없을 사람들일 수도 있다.




3기 신도시와 동시에 서울 도심권 개발을 함께 하는 모습이 파리나 도쿄의 모습과 흡사하다. 파리의 몽빠나스 역도 퇴근 시간이면 광역철도를 타기 위해 몰려드는 직장인들로 분주하다. 도쿄 신주쿠역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그들은 역사에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먹고 기차를 탄다.  우리나라 GTX역사가 예정된 삼성역, 청량리역, 용산역 등도 미래의 그러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워라밸이 존중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다.

도심은 더욱 도심답게, 사람들은 집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려는 게 정부의 취지 아닐까? 또한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해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는 목적도 있으리라 본다.


항상 미래를 계획하면 여러 이해관계들로 불협화음이 많기 마련이다. 어려운 시절을 현명하게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는 3기 신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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