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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Mar 22. 2024

구병모 소설 <파과>를 읽고

파과

구병모 작가 소설 <파과>입니다. 부자 할머니 아니고 킬러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제목만큼 소재가 너무 독특하죠?


이 소설을 읽게된 계기가 또 재미있는데요. 얼마 전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고 신성록 배우님 팔로우했다가 다음 작품이 뮤지컬 <파과>이길래 먼저 책부터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집어든 책입니다. 어찌나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고르는지...


책 이야기

제목 '파과'는 중의적 표현입니다.파과는 상한 과일을 뜻하고요. 그래서 소설 내내 과일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다른 의미는 여자 나이 16세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킬러 할머니가 업을 시작하신 나이가 그때였거든요.


이 소설의 특징은.... 뭐랄까. 어렵습니다. 작가님 문체가 친절하지 않아요. 생소한 단어(켯속, 퉁바리, 볼가심...)를 많이 쓰시고  만연체입니다.


그런데 기묘하게 재미있습니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길을 걸을 때도 읽었고요. 밥 먹을 때도 옆에 펴놓고 읽었어요.


구병모 작가님은 남성적인 이름과 달리 여자분이신데요. 장면 묘사 필력이 감탄 of 감탄입니다. "마! 이 정도 표현력은 되어야 소설가지." 라고 저를 두들겨 패는 기분이었어요. (전지적 소설가 지망생 시점)


 여기서부터는 스포일 수 있으니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65세 여자 킬러 '조각'의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키워지기까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외로울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말도 안 되는 사랑일 수 있으나, 조각의 심리 변화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투우' 역시 생때 부리는 철부지 아이같지만 그 역시 조각을 연모할 수 있겠구나, 쟤도 인생이 참 외로웠겠구나 싶었어요. 두 인물 에피소드에는 '손톱'이 복선처럼 깔리고 마지막에 조각이 네일아트를 하면서 스스로를 이야기는 완성됩니다.


책 뒷표지에 나온 말은 소설 마지막 단락입니다. 처음에 책 뒷면을 봤을 때는 그냥 마케팅 문구구나라며 아무 생각 안 했는데요. 소설 끝까지 읽고 저 문장이 얼마나 마음 아려오던지... 그리고 책을 탁 덮었더니 표지에 또 저 문장이 있잖아요. 한 번 더 울컥합니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이 어메이징한 소설을 어떻게 뮤지컬로 풀어냈을 지 너무 궁금합니다.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가 멀어서 살짝 고민했지만. 이건 꼭 봐야 해! 기다리세요. 신성록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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