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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Apr 18. 2017

9. 어느 초3의 경제 개념

아이들 경제 교육은 가정에서 체득하는 것

"엄마 , 잠깐만"

딸아이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시간 동안 무섭게 신을 벗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아침에 가뜩이나 늦어서 조급한 엄마맘은 생각도 안 하고,

"휴~" 하며 이 아이는 말아놓은 천 원짜리 두 개를 쥐고 나온다.

"오늘 또 친구랑 핫도그 사 먹을 거야?"

"응, 어제는 OO가 아이스크림 사줬거든. 오늘은 내가 사야지"


딸아이가 본인 의지대로 돈도 써보고, 모자라면 결핍도 느껴보라고 용돈을 매 월 주고 있다. 그 외 수입도 있기 때문에 우리 딸은 돈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저장(?)하고 빼서 쓴다.


#. 통장에 가둬두는 돈

의미 : 이 돈은 오랫동안 쌓아가는 돈이다.

출처:  백일, 돌, 세뱃돈, 생일 축하금 등등 10만 원 이상 단위의 큰돈

사용:  아마 자기가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빛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 돈의 일부를 청약저축과 정기 예/적금으로 이체해둔다)


#. 피아노 위의 돼지 저금통에 넣어두는 돈

의미: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엄마가 안 사줄 경우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돈이다.

출처: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만날 때마다 주시는 만원 단위 용돈, 시험 백점 받았을 때 엄마가 주는 만원, 집안일 도와주면 건당 받는 수고비 등

사용: 사고 싶은 장비에 투자한다. 보통 전문가용 스케치북이나 마카펜 등. 돼지 저금통의 등은 갈라져 있으나 꺼내기가 쉽지 않고, 피아노 위의 손이 잘 안 닿는 곳에 놓아 빼 쓰고 싶은 유혹을 견뎌낸다.


#. 철제 과자통 안에 넣어두는 돈

의미 : 하굣길에 간식 사 먹거나 문구점에서 쇼핑할 돈

출처:  매 월 단위 용돈 , 엄마 아빠 잔돈

사용:  천 원씩 돌돌 말아서 넣어둔다.  친구한테도 사줘야 하는 날은 2개씩 챙겨서 나가기도 한다.


내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이 아이는 통장 쪼개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에게 들어오는 소득은 액수 단위로 구분하여 저금하고,  지출 계획은 장/중/단기적으로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 돼서 쓸 돈은 통장에, 자기 꿈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지출은 피아노 위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소소한 소비의 기쁨을 느끼기 위한 지출은 과자통 안에.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돈을 구분하여 저금하고 지출하는 것을 설명해준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하니까 " 그냥 엄마 따라 한 거야"라고 한다.




순간 생활비 봉투가 떠올랐다.


 

나는 매주 장을 보기 위해 10만 원씩을 4개의 봉투에 담아둔다. 그리고 작은 지갑에 주 단위로 옮겨서 쓴다. 현금을 쓰면 연말정산에 유리하고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좋아하고, 길에서 과일이나 채소 사기가 좋아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돈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주말로 갈수록 돈이 떨어져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우리 딸이 보기엔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매일 쓰는 돈은 저 작은 지갑에서 꺼내 썼고, 학원비나 큰돈을 쓸 때에는 카드를 쓰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쓸 돈 외에는 전부 은행이랑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나눠 넣은 것을 보고 저렇게 안 보이는 곳에다가 넣어두고 안 쓰는 것으로 생각한 거 같다.



생각해보자.

나는 가계부를 안 쓰면서 아이에게는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강요하진 않았던가?

나는 인터넷 쇼핑으로 매일같이 택배를 받으면서 아이에게 문구점 쇼핑은 못하게 했던가?

나는 꿈을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꿈을 위해 저금하라 말하지는 않는가?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구를 흉내 내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은행 고객 자녀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육을 보내야만 아이에게 경제관념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모를 보고 따라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부모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오늘,
나부터 경제 공부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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