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정 하는 텃밭 이야기 170701

초보 도시 농부의 마음대로 경작하는 땅

by 골드래빗

본격적인 여름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집 밖에 나가기도 두려운 날들이었다. 하물며 텃밭의 농작물들은 어떻겠는가?

오늘 아침 여름 감자를 캔 것을 기점으로 여름 휴지기에 들어가려 한다.



<6월 중순>

지난번 열무를 뽑아서 김치를 먹고 난 후, 한 번 더 씨앗을 뿌려보았다. 물론 더워서 씨앗이 올라올지 아닐지는 의문이었지만. 다행히 씨를 뿌린 지 일주일이 지나자 이렇게 열무 싹이 올라왔다. 열무가 키우기 쉬운 채소임은 분명한 듯한다.


감자를 깊이 안 심었나 보다. 땅 속에 있어야 할 감자가 흙 밖으로 모습을 자꾸 드러냈다. 많이 자란 것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흙으로 다시 덮어주며 아직 기다리라고 타일렀다. 감자를 언제 수확해야 되는지 몰랐다. 나중에 안 것인데 '하지감자'라는 말이 하지(6월 22일) 경에 나온다고 해서 붙은 말이라 한다.


잡초가 너무 많이 올라왔다. 보일 때마다 뽑아줬어야 하는데, 더워서 그냥 갔더니 큰 일감이 되었다. 토요일 새벽 선선하다는 핑계로 그때에 남편을 깨워 잡초를 뽑게 했다. 잡초를 다 뽑았더니 정말 한 무더기가 나왔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주변의 나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리 인생과 참 닮은 것 같다.


20170617_074931.jpg <더위를 이겨내고 생명을 튼 열무 싹>
20170617_075036.jpg < 수확하기 2주 전 감자 잎의 모습>


20170617_075104.jpg <잡초 산>


<6월 마지막 주>


애초에 방울토마토에 지주대를 심었어야 했다. 모종 당 하나씩 지주대를 세우고 곁 싹을 쳤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뒀다가 토마토가 정글이 되었다. 정글을 헤집고 겨우 지주대를 세우긴 했는데, 도저히 곁가지를 쳐낼 수 없었다. 이미 많은 곁가지에도 아기 방울토마토가 연둣빛 열매를 매달고 있어서이다.


한 묘목에서 자란 방울토마토가 모두 잘 영글을 것 같지는 않다. 한두 개의 가지로 집중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식물의 곁가지를 쳐주어야 메인 줄기가 곧고 높게 뻗어갈 수 있다. 튼튼한 줄기에서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


아이의 재능도 그러한 것 같다. 아이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할 때 부모도 갈팡질팡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인도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 같다.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관심 있는 분야들을 확장해주면서 진짜 재능을 찾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했던 고구마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고구마는 옆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며 바닥에 뿌리를 내린다. 아마 그렇게 줄기에서 내려오는 뿌리 아래로 고구마가 생기는 것 같다. 남의 밭까지 가고 있어서 좀 정리를 해주긴 했다.


쌈채소들은 명을 다 한 것 같다. 키가 쑥 커버리고 잎이 딱딱해져 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5월 말부터는 쌈채소가 잎이 거의 자라지 않았다. 4월에는 무서운 기세로 자라서 부지런히 채식을 했어야 했는데... 역시 날씨가 더워지니 채소도 자라기 귀찮은 것 같았다. 그동안 고생한 쌈채소들을 밭에서 은퇴시켜주기로 했다.

20170630_090924.jpg <방울토마토 정글>
20170630_090948.jpg <열매 맺기 시작한 방토들>
20170630_091041.jpg <남의 밭을 침범하고 있는 고구마>
20170630_091114.jpg <오늘 너의 은퇴식>


<7월 1일, 오늘 아침>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감자 잎이 자꾸 말렸다. (보통 식물의 잎이 동그랗게 말려들어가는 경우는 물이 모자랄 때이다.) 뭔가 심상찮은 기분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수확하라는 계시였던 것이다.

감자가 이제 흙 밖으로 나오고 싶어 지난주부터 신호를 준 건데 몰랐었다. 미안.


토요일 새벽, 역시 선선하다는 핑계로 남편을 깨워 밭으로 데려갔다. 비록 두 고랑짜리지만 감자는 꽤 무거울 것 같아서이다. 신선한 감자를 한 봉지 수확했다. 마트에 감자 기준으로 5천 원어치쯤 되는 것 같다.


가장 먼저 텃밭에 자리 잡아서(4월 초) 오늘 수확의 기쁨을 선사해준 감자씨께 감사를 드린다.


20170701_074156.jpg <나를 캐달라고 하는 감자의 신호>
20170701_074739.jpg <딴 밭 주인들이 호미를 다 가져가서 개인 모종삽을 이용>


20170701_074752.jpg <감자 탈출>
20170617_084148(수정).jpg <오늘 아침은 감자, 삶은 계란, 토마토 주스>



여름에는 더 이상 뿌릴 씨앗도 없고

이제 당분간은 방울토마토를 가끔 볼 수 있을 것이고,

밭둑에 자연적으로 자라난 들깻잎을 떼어먹는 게 다일 것 같다.


더운 여름은 좀 쉬고.

8월 말에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기 위해 다시 컴백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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