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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Jul 24. 2017

22. 나의 금융 투자 입문기

일만 했던 성실한 직장인에게 펀드를 권해준 OO 은행원에게 감사한다.

월드컵 함성으로 가득했던 2002년,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다. 
당시 회사은행은'한빛'은행이었고 내 월급 통장은 '제일'은행이었다.

그때의 나는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던 거 같다. 단지 사회인으로 제대로 된 모습(정확히는 외관이다.)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몇 달간 백화점만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생각한 제대로 된 사회인의 모습은 여름에도 재킷을 걸쳐야 하고, 항상 정장과 구두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이 한 권쯤 들어갈 수 있는 가방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어주는 것.


<출처: 영화'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



한 두 달쯤 지났나? 동기들과 선배들, 그리고 친척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카드와 보험 때문이었다. 거절하는 방법도 모르던 순둥이 사회인으로 요청 오는 대로 족족 신청서에 사인을 했다. 그래서 내 통장에서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LG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대한생명에 골고루 돈을 이체하는 멋진(?) 직장인이 될 수 있었다.

잘한 것도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필수 직장인 통장인 '근로자 우대저축'과'장기주택마련 저축'도 가입했다.

대략 입사 1년 차까지 내 월급의 70%는 은행과 보험사가, 30%는 카드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내 기억에 나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여 열심히 일하고, 이쁨 받으려고 노력하는 직장인이었던 것 같다. 매일 야근에 회식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신입사원 때 받았던 뇌새김 교육대로 '회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 같았다.


그러다가 덜컥 집을 샀다.

지금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엄청난 대출을 껴안고.

평지에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아파트를 전세 끼고 계약한 것이다.



인생은 한 번씩 스파크가 튀어줘야 한다.



그렇게 대출 때문에 은행을 가서 진지하게 상담을 하다 보니 금융에 대해 나의 무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전공이 경제학자 경영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도 나는 없었다. 적금과 예금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 정도였다. 솔직히 적금 이자가 예금보다 더 높은 것에 대한 이유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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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은행원이 나에게 펀드라는 것을 권해줬다. 직접 투자인 주식에 비해 간접 투자인 펀드는 내가 신경 쓸 게 거의 없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은행원도 실적 때문에 내게 펀드를 권했겠지만, 나는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꼬박꼬박 적금처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펀드. 내 돈이 전 세계 여러 나라, 여러 섹터로 투자된다는 것. 모든 것이 굉장히 신선했고 전문적으로 느껴졌다. 직장인에게 펀드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3개의 펀드에 가입하고 매 월 적금 대신 이체를 시작했다.


그 이후 경제 기사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가뭄이 심해져서 옥수수 농사가 놓지 않을 전망이라 하면 농산물 펀드를 샀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선물 수요가 늘기 때문에 럭셔리 펀드에 추매 하기도 했다.

이렇게 먹고 입고 사는 것과 멀지 않은 관점에서 나만의 투자 방법을 만들어 나갔다.


또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라했던 투자 원칙을 잊지 않았다.

랭킹 10위 안의 펀드 10개를 전부 가입해서 월급 통장에서 자동 이체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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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 은행 직원이 고맙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그 직원을 찾아가 1년 단위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었다. 덕분에 나는 신규 사업팀에 발령받고 엄청난 격무에 시달렸지만, 내 돈은 자동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다음 단계로,

주식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에 쉽게 통장을 개설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주식을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하고, 안 할 거면 평생 손대지 마라.




당시 우리 팀 사람들이 다 사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 것이다. 우리 회사 곧 망할 거 같다고. 그래서 더더욱 자기 회사 주식은 사기 어렵다. (지인도 삼성전자를 다니지만 그 회사 주식은 안 샀다. 70만 원대부터 봐왔지만 더는 안 오를 거 같다고) 나 역시 첫 투자를 자사주로 했지만 후회하는 중이다.

 

그 후 관심 있는 주식들을 사모았다.  한 예가 스타벅스를 가진 회사의 주식이다. 나도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비싸기 때문에 자주 가진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 여자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꼭 스타벅스를 가는 것이었다. 내심 그들에게 감사했다. 저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주주로서 행복했다. 경제 공부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었다면 차라리 그 회사 주식을 사라고 조언해줬을 텐데 얘기해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내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주식을 할 수 있다. 근무 시간에 주식을 계속 보는 직원들이 있다. 그건 참 좋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하는 게 최소한 직장인의 매너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예 스마트폰에 앱도 깔지 않았다.) 특히 상사가 스마트폰으로 주식만 보거나 매일 자기가 살뻔한 주식 얘기만 하고 있으면 문제가 있는 조직임이 틀림없다.







지금은 펀드보다는 ETF와 국내, 미국 주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좀 더 개인 투자자가 돈을 운용하기 좋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직장인이라면 운용사 보수를 주더라도 펀드에 비중을 더 가져가는 것을 권한다. 그래야 본업에서 더 많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10년 이상 펀드 투자를 지속해 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신화를 이룬 김태연 회장이라고 있다. 작은 키에 화려한 머리스타일과 화장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아주 예전에 TV 성공스토리를 얘기하는 프로그램에 나왔었는데, 이런 말을 했다.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필요하다. 스스로 확신 없이 남이 찍어주는 것만 사고 판다면 결국 크게 잃는다. 자신을 설득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건 치밀할 정도의 공부 외에는 없다.


언제까지 10만 원씩 적금 넣고 1%대 예금 금리만 탓하고 있을 텐가.


지금이라도 경제 공부하고 작은 투자를 실천해보자.

내게도 경제 공부의 절박함을 줄 스파크는 없는가? 혹시 나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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