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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Apr 06. 2017

2. 이건 대박이야. 꼭 사야 돼

안사면 100% 할인






나도 처음부터 저축에 대한 개념이 있었던 건 아니다.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보이고 싶었다.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신상을 사 오고,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이런 대박 기회는 또 오기 힘들다는 심정으로 옷이며 백이며 사돈의 팔촌의 선물까지 다 사 왔었다. 그뿐이었겠는가. 오리지널팀 뮤지컬은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고 미술관도 주말마다 다니며 감성 충전에 힘썼었다. 다들 그렇게 월급 받으면 쓰고 이리저리 이체당하고 카드로 연명하며 사는 줄 알았다.

다행히 나의 이러한 소비 생활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가정교육이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월급쟁이 아빠 밑에서 엄마가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왔던 어린 시절 환경은 몸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불고기에 고기가 적어 당면을 더 넣었어야 했던 것이 우리 엄마였다. 


월급으로 쇼핑해볼만큼 해봤으니 미련은 없었고, 이제 돈을 모아야 결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입사 3년 차에 결혼을 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더 좋은 옷을 입었다 좋은 경험을 하였다는 우월감으로 기뻐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 화장품, 내 옷, 내가 사는 곳에 대해 내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배우자가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70% 세일한대. 이거 대박이야.
꼭 사야 돼

아니,
안 사면 100% 할인이야.




라며 날 말려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의 신혼집이 좁았다는 것이다. 물건을 새로 사도 놔둘 공간이 없었다. 세 번째는 회사일이 너무 바빴었다. 항상 책상 위에 콘프레이크를 봉지째 두고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젊었다.)


물건을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가기, 1년 동안 소비재 상품 사지 말기 등 여러 가지 실험 다큐가 있었다.

그만큼 소비는 인간의 뇌에서 통제가 가능한 항목이라는 뜻이다.


물건을 사는 방법에 따라 3가지 등급으로 구분해보겠다.


1. 하수 : 싼 걸 싸게 산다.
말 그대로다. 마트나 지하철역에서 싸게 파는 질이 별로인 상품을 산다.
이런 것들은 사용하는 내내 만족감도 떨어지고 집 안에 쌓이게 되면 복잡해진다.


2. 중수 : 싼 건 다량으로 사고 비싼 건 안 산다.
퀄리티가 괜찮은 상품인데 1+1 등의 행사를 하거나 창고형 할인마트에서 다량으로 구매한다.
이렇게 사는 건 주변 이웃과 나눌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러나 명품 등 고가의 상품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3. 고수 : 가치에 부합하면 싸든 비싸든 산다.
길에서 야채 다듬어 파시는 할머니 꺼는 가격에 상관없이 산다.
동네 채소가 신선한 마트, 고기가 좋은 마트, 공산품이 싼 마트 등을 구분하여 다닌다.
스스로에게 시계나 가방 등 인생템을 선물하기도 한다.
적게나마 기부금을 낸다.


월수입이 800이 넘는 사람들도 돈이 없다며 저축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남들보다 더 많이 번다고 생각하기에 지출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나는 잘 버는 만큼 잘 쓰고 있는지 말이다. 


당신의 스마트폰에는 소비를 위한 앱이 더 많은가 아니면 올바른 지출 관리를 위한 앱이 더 많은가

소비는 생활이 아니다. 단지 지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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