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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Apr 06. 2017

3. 가계부는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가족은 경제 공동체 팀원

보통 사람들은 종이에 적어두는 일, 다시 말해 계획하고 예산을 짜고 돈을 얼마큼 벌고 썼는가를 기록하는 습관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많은 집들이 가진 것을 먼저 쓰고 나서, 모자라면 마이너스통장을 쓰면서 그 뒤로는 어떻게 되겠거니 하며 막연히 기대하고 살고 있다.  

직장생활 10년 차일 때 내 동기는 마이너스 통장을 8천만 원을 쓰고 있었고, 다른 선배는 부인 몰래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보태 월급으로 집에 갖다 주었었다. 두 경우 모두 마이너스 통장을 애정 했다기보다 배우자와 가계 재무 상태에 대해 솔직한 교류가 없었던 것이다. 남편이 생활비를 부인에게 주고 부인은 모자라면 더 받았다 한다. 이건 꼭 시험 범위 전체 알려주지 않아 시험날까지 학습 계획 세우기 힘든 거랑 똑같다. 부인은 남편이 갖다 주는 월급이 이 정도니까 사교육도 여유 있게 시키고 외식도 잦았을 것이다. 주변에 눈도 있고 하니 가족 경조사는 눈높이 이상으로 치렀을 것임이 보인다.


어릴 적 엄마는 늘 가계부를 썼었다. 일자마다 구분된 작고 촘촘한 칸에 콩나물, 두부, 애들 준비물 등을 적으셨다. 아래쪽 넓은 칸에는 그 날의 일기를 간단히 쓰시곤 했다. <오늘은 막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갔더니 뭐가 그리 신났는지 뒤에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런 글들이 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나도 아이를 낳고부터 가계부를 써왔다. 매 년 초 새로운 가계부를 고르는 것은 마치 일 년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농부의 마음가짐과 비슷할 거 같다.

"맞벌이하면서 가계부 쓸 시간이 있어요? 우리 와이프한테는 쓰라고 하면 감시하는 거냐며 싸움만 돼요"

나도 집에 들어오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쓰는 건 무리였다. 

회사 일은 모든 것이 기록이다. 월간 업무 계획, 주간 업무 계획, 실적 보고서, 회의록, 심지어 누구와 구두로 얘기한 내용도 메일로 다시 보내 달라는 요청의 반복이다. 그러나 왜 가장 소중한 가정에서는 그러한 기록을 남기기를 두려워할까? 아니 귀찮아할까?


월간 계획과 반성 부분은 빼놓지 않고 정리했다. 이번 달은 외식이 많았었구나. 이번 달에는 통신료가 많이 나왔네. TV 다시 보기랑 영화를 많이 봐서 그랬구나. 다음 달에는 좀 줄여야겠네.




가계부는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가계부 맨 뒨 장에는 우리 집 자산 현황의 변화를 적어둔다. 적금은 얼마나 되며 예금은 언제가 만기이고 도합 얼마가 있고, 대출금은 어느 정도 남았는지 3~6개월 단위로 적어놓고 남편과 공유한다. 경제 공동체로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서로 알아야 더욱 힘을 낼 수 있다. 또 지출 통제가 가능하고 포상도 가능하다.


쉽게 시작해보자.

소득 : 매 월 급여 (ex. 100%)
저축성 : 적금, 보험, 연금 , 자동이체 펀드 및 ETF(ex. 40%)
고정 지출 : 관리비, 월세, 통신비, 학원비, 기부금 (ex. 30%)
변동 지출: 식비, 의복비, 문화생활비, 예비비, 용돈 (ex. 30%)

먼저 매 월 들어오는 급여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나머지의 비중을 정한다. 비중을 예시로 두는 이유는 나도 생애 주기에 따라 저 비율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저축 비중이 더 높았고(60% 수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저축 비중이 떨어졌다. 저축성과 고정 지출은 한 번 세팅하면 바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변동 지출은 유동성이 있다. 그래서 보통 좀 아껴 쓰자 하면 변동 지출을 성공은 실패를 어떻게 다루고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로 측정된다. 



가계부를 쓰는 초기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소비를 했음에 절망할 것이다. 이것을 소비 실패라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실패를 적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새롭게 다짐하는 일이 반복으로 지출을 통제함에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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