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생활자로 붙들고 불려 나가야 할 돈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다소 뻔한 질문 같기도 하고 철학적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우리에게는 어떠한 목표가 담겨 있을까?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장=only 돈 이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 노동을 상품과 서비스에 제공하지 않는, 소위 '돈이 돈을 버는 수준'이 안됐기 때문에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 대다수이다.
#. 신입사원 P양
새벽 4시. 어스름 푸르게 새벽이 밝아온다. 대기업 공채에 합격하고 신입사원연수를 들어가는 날이다. 집합 장소 앞에 고속버스들이 줄을 서있다. 낯선 어두움을 뚫고 한 달간 지낼 연수원으로 향한다.
기상음악에 맞춰 일어나고 회사 체조를 한다. 단체복을 입고 하루 종일 경영과 조직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회사의 역사와 산업역군이셨던 대선배님들의 강의를 듣는다. 회사를 위한 삶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묘한 소명의식까지 든다.
몇 년이 지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과 상관없는 다양한 주제들로 회사가 가기 싫어진다. 불합리하고 상명하달식 조직문화에 힘이 든다. 신규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고서로 작성한다. PPT는 기본 60페이지다. 양이 많을수록 발표할 때 멋져 보일 수 있다는 팀장의 지시 때문이다. 빔 프로젝트로 회의실 화면에 발표 자료를 띄워놓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단어 수정까지 새벽이 넘어갈 때까지 고친다. 드디어 보고다. 경영진은 왜 이 사업을 하면 안 되는지 그 자리에서 단정한다. 몇 차례 수정과 보고 끝에 사업 컨펌이 떨어진다. 사업부에서는 연말 평가 시 한 줄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다. 물론 실적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장기적 투자가 아닌 단기 실적을 위한 사업이다 보니 최근 10년간 성공한 신사업이 없다. 신규 사업들로 회사의 외형은 커지지만 영업이익은 점점 줄어만 간다.
나를 소모해가면서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단지 회사는 내가 소비할 돈을 주는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모두가 초심대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 직장인들은 P양의 사례처럼 직장에서 성장해가면서 무수히 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잃고 버티거나 퇴사를 선택한다.
이들의 퇴사는 50-60대 같은 은퇴가 아니다. 이직이나 유학, 시험 준비, 여행, 사업 등을 통해 또 다른 직업에 도전한다. 그래서 꾸준히 돈을 버는 형태를 이어나간다. 회사를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우리가 돈을 벌어서 써야 할 곳은?
학자금 대출 상환
식비, 월세, 통신비 등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
출산과 양육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
노후준비
개인마다 각 항목별 시작점이 빠르거나 늦을 수 있고 그 기간도 각각일 것이다. 결혼 유무에 따라 발생하지 않을 비용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며 보통 위와 같은 이유로 돈을 번다고 본다. 이러한 삶의 과정 속에서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것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돈 걱정은 끊임없이 계속될까?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유럽을 살펴보자. 그곳은 교육비가 대학까지 무료라고 한다. 의료, 보육, 실업 등 일생을 살아가며 크게 목돈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적금이나 보험, 연금과 같은 금융이 발달하지도 않았다. 즉,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불안하다. 사회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는 스스로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적은 일자리, 출산도 보육도 노후도 스스로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돈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 최적의 이유인 셈이다.
그러한 돈 관리 시스템을 우리는 특별히 배운 적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경제 논리로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 비중이 높은 국영수에 시간을 투자했다. 적은 자본(시간)으로 최상의 효과(입시 성공)를 내기 위해 입시위주 교과목에 올인하는 게 경제적 선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선택 과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경제공부라 생각한다.
경제공부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3년 후, 5년 후, 10년 후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할까?
금융과 소비
경제공부는 <금융>과 <소비> 양대 축을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금융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을 말하며, 소비는 재화나 서비스를 소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 소중한 월급이 금융과 소비 중 어디로 많이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고 나서 내 인생의 돈 관리시스템을 완성시켜나가는 게 <직장인 경제공부>의 핵심이다.
[직장인 경제공부 단계]
- 초급 코스 : 은행 예금, 적금, 적립식 펀드
- 중급 코스 : ETF (지수연동, 섹터 외) , ELS, 주식
- 고급 코스 : 부동산, 세금, 저축보험과 연금, 기타(배당금, 지적재산권, 월세)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들이
허황된 주식투자나 권력&경제력 있는 소수에 집중된 재테크 강의에 휘둘리지 않았음 한다.
남의 무용담에 솔깃하여 소중한 재산을 잃지 않았음 한다.
최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공부를 해야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백억대의 자산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소박하고 행복한 나만의 라이프를 살아보겠다는 목표가 있음 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간 부자'의 삶이다.
지금부터 각자의 경제 상식과 수준에 맞춰 하나씩 초급부터 고급까지 차근차근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어제와 같은 익숙함과 결별을 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