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던 개봉의 시간이 얼추 마무리가 되고, 여유가 생긴지 보름 정도 되었다.
일도 받지 않고, 커리어에 쫓기지 않는 마음을 가졌다는 건 내가 그만큼 또 성장했다는 뜻일테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못한 영화들을 최근엔 밥먹듯이 흡수하고 있다. 눈뜨면 영화 정보를 읽고 또 본다.
가끔은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인지 밥을 먹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영화제에 온 건지 이 영화와 저 영화의 결말이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영화와 나 빼고는 아무도 없는 낮 시간을 보낸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과 블레이드 러너 2049, 엘르, 퍼스널 쇼퍼, 비밀은 없다 같은 화제작이었지만 놓쳤던 작품들을 하나씩 챙겨본다.
드라마도 몇년 만에 정주행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내일 다시 회사에 가야하니까 쫓기면서 아둥바둥 봐야하는 시간도 아니고, 유예된 시간도 아닌 나에게 주는 긴 오롯한 휴가.
예술적 영감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계절과 시간.
계속 이렇게 아는지 모르는지 눈으로 영화를 꾸역꾸역 먹다보면 나의 생각도 내가 만난 영화처럼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을까?
이제 어느 정도 홍보마케터로 영화의 미덕을 찾아내고, 그 사랑을, 영화를 만들고자 한 소중한 마음들은 찾아낼 순 있겠는데
더욱 깊이 있게 탐미하고 분석하기엔 아무리 애써도 역부족인 느낌이다. 좀 더 유려하고 깊게 영화를 분석하고 싶다.
기계처럼 잘라내기+붙여넣기만 잘하는 단순한 마케터가 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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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일하고 싶으니까ㅡ 좀 더 넓고 깊게 기획하고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지금의 황망할만큼 여유로운 시간. 영화를 눈으로 가득 먹을 수 있는 이 가을의 계절이. 곧 잊혀질지라도
언젠가 활발하게 나의 아웃풋을 쏟아낼 그 짧은 시간 안에 오늘의 시간과 오늘의 이미지, 짧은 문장들이 단단하게 쌓여있을거라 믿고 싶다.
이 긴 휴가의 계절이 끝나면,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더 자신감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계속- 이 업계에서 영화밥 먹으며 살아가고 싶어서 슬프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알고 있는게 여전히 이 좁은 판, 세상이라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