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퇴사와 함께
내가 내 스스로 나인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벌써 식상해진 이야기 같지만 이런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고 사람들의 대화에 회자되는 걸 보면 이렇게 변한 세상이 새삼 반갑기도 하다.그만큼 나도 요즘 가장 집중하게 되는 문구가 바로 ‘나다운 것’ 이다.
어떤 행동과 선택의 사이에서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보다, 어떤게 가장 나다운, 개성있는 선택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자꾸만 되내이게 되고 그런 삶을 추구한다.
언제부터일까.
인스타그램 안에서 보이는 예쁜척 하는 표정과 글, 사진에는 마음이 닿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사랑스러운 친구들도 많다)
그건 진짜가 아니여서 일 것이다.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 욕구가 그 과잉이 너무 커졌다.
점점 더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내가 아프기 싫어서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에게서도 마음이 닿지 않는다.
나의 고통에만 집중하다가 타인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혼자서는 죽어도 살 수 없으면서...
이제는 인터넷, sns 채널의 등장과 함께 잠시 눈을 현혹했던 필터에 갇힌 세상이 아닌, 진짜 이야기, 본질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때로는 멍청하고 바보같은 마음 깊숙한 곳 진짜 감정의 씨앗들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이 때문인지 유투브에서도 <내가 경험해본> <내가 방금 본> <내가 해본>과 같은 컨텐츠가 사랑 받고 있는 것 같다. 허무맹랑한 판타지 안에서도 나의 숨은 속살을 건드리는 컨텐츠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세번째 퇴사를 했다. 그리고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오래?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 내가 내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나의 위치, 나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가 왔다. 어떤 이들은 현명한 타이밍에, 주저없이 달려들어 그 시장을 꿰차고 스스로 광고 모델이 되고 자신이 매체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다. 최근 시장에서 프리랜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프리랜서는 정해진 규범에 규정되지 않고, (때로는 훌륭하지만) 시스템이라는 탈을 쓴 겉핡기가 아니라, 홀로 고독하게 진짜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개봉 하루, 한시간이면 영화의 운명이 결정되는 세상-
더이상 과대 마케팅홍보가 통용되지 않는 세계가 찾아왔다.
광고를 믿지 않는다는 말은 고대부터 내려온 이야기이지만 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고,
사람들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영화가 아니면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는다.
데이트 무비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볍게 즐기거나,
어떤 시즌이 되어 일년에 한두번 놀이공원 가듯 극장에 가는거다.
하고자 했던 건 아니였지만 2011년 여름부터 9년간 홍보마케터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좀 더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고 기획하는데 더 본연의 힘을 쓰고 싶다.
그 안에 살짝 걸터있었음에도 화려함과 허울에 둘러쌓여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었다. 그 안에서 바보처럼 제 열정과 마음을 다했던 이들에겐 한없는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해줬던 엔터영화업계. 그렇게 많이 울고 많이 다쳤으면서도 그 안에서 함께할 수 있음에 사실은 또 행복하기도 했던 나. 찰나의 행복감에 하루, 일년, 9년을 버텨온 나. 이제는 살짝 한발짝 벗어나온 것 같다. 아둥바둥 그 안에서 억지로 버티는 것은 나답지 않다고 판단했다. 혹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나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이제는 더 이상 바보같이 멍청하고 비효율적인, 보고와 보여주기 식 일이 아닌,
루틴한 일의 관점을 뒤집고 그 안에서 새롭게 조각해가는 재미있는 실험들을 할 거다.
새롭게 도전하고 이야기의 딜리버리가 아니라 이야기의 창조주가 될 거다.
그게 진짜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나다움’의 이야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