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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idayreading Nov 05. 2017

당진 새댁의 신혼일기

최근에 글을 꽤 많이 쓰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쑥쓰럽고 남기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오늘은 정말 오랫만에 내가 진행하는 영화의 보도자료, 예고편이나 포스터의 구성안이 아닌 [온전한 나의,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 적어볼까 한다. 바로 어제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의 [신혼일기2]가 막을 내렸다. 그게 글을 쓰게 한 이유. TV를 많이 챙겨보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정이 가던 부부. 책을 좋아하고, 아이돌을 좋아하고(물론, 그녀는 방탄. 나는 워너원^^), 정서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아서 괜히 챙겨보곤 했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너희 부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에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신혼부부의 관찰예능프로그램 최종회를 보다가 눈물이 흐르던 나를 발견했다. 예능을 보다가 울다니, 생경한 경험. 음, 그 감정은 뭐였을까.


1. 정말 나와 비슷하고, 우리와 비슷한 부부. (행동도-성격도-취향도,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2. 김소영 아나운서가 내가 남편에게 하고싶었는데 하지 못한 말을 해줬다. 

3. 그리고 부족한 내 모습이 보여서 였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했던 말. 

"지금 충분히 자기가 잘 해주는 것들을 누리고 있어서 할 말은 없지만 

완벽하기 위해 너무 부담갖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처럼만 행복하길 바라면 너무 욕심일까요?"


나의 남편에게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 하지만 그것 조차 미안하고 조심스러워 말할 수 없었던 말.

그는 나에게 언제나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아침저녁마다 출퇴근하는 나를 픽업해주고,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 피곤할텐데도 대부분의 시간을 다정하게 대해준다. 심지어 지금 글을 쓰는 나와 달리, 그는 치킨을 튀기겠다며 부엌에서 요리하는 중.

(물론 가끔씩 서로 다른 성격 탓에 짜증을 사아알짝^^ 부릴 때도 있다.  그도 성자가 아니므로) 


하지만 나는 그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김소영은 제빵 자격증에 빵이라도 굽고, 두피 마사지라도 해주지.. 난 도대체 결혼이란 걸 해서 남편을 위해 해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부끄러울만큼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17살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20살 이후 쭉 자취를 해온 자취 생활 15년의 남편과 초,중,고,대,사회생활 모두 서울집에서 해 온, 이제 자취 생활 1년된 나. 아무리 따라가려도 해도 그의 눈엔 부족한 면만 보인다. (오상진, 김소영 아나 신혼일기 1편을 보면 너무 공감해서 또 울 뻔한 동질감) 더더군다나 일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굉장히 [무딘] 나에 비해 깔끔한 성격의 남편에게 나의 서툰 집안일은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래서 나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집안일은 7:3 정도로 남편의 비중이 크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해주는 게 없다. 정말로 없다. 두피 마사지를 해주는 김소영 아나운서를 보고 마음이 너무 찔려서, 눈물이 엉엉-났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했다. 남편에게 난 남편한테 해주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내가 자기한테 뭘 해주나? 했더니, 그의 말 "칭찬?" 그래 내가 리액션과 칭찬 하나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기가막히게 해주긴 하지... 쩝... 

근데 왠지 모르게 씁쓸한 건 뭘까, 특히나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서로에게 잘한다는 부분에서 눈으로 보이는 행위들은 대부분이 [집안일 혹은 경제력] 이기 때문에 내가 전적으로 밀리는 것이다. 


아놔. 난 그저 말 뿐인 사람인가. 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음에도, 따지고보면 여전히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발견했다. 내가 행복한 일과 커리어 쌓기, 내가 만나면 좋은 사람들만 만나기. 내 행복을 위한 여행, 경험들.결혼을 해서 물론 아주 약간 욕심을 줄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속으로 궁시렁대기 일쑤며,

여전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 였다. 그래서 개인적인 삶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나의 남편은 어떤가. 그는 [나]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조력자가 되어준다. 

그는 일을 나처럼 자아실현이나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서 하지 않는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돈을 번다. 그리고 와이프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위해 삶을 살아간다. (희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무엇보다 와이프의 리액션과 칭찬을 듣기 위해 살아간다.


요(리)알못, 집안일은 온통 어설픔 뿐인 욕심많은 아내와, 

실생활에선 완벽주의자이지만 한없이 아이같은 남편.

꼭 김소영과 오상진을 표현하는 것 같지만 그건 바로 우리 부부. 


아는 척 똑똑한 척만 하는 새댁, 아직 멀었다. 어른 되려면. 

그리고 결심했다. 나의 남편을 위해 내 방향의 노력이 아닌, 그가 원하는 노력을 해주기로. 

그게 사랑이니까. 

내 입장에서 잘해주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것. 

완벽한 신혼은 없다. 노력하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을 때만이 누릴 수 있는 이런 소소한 행복들. 

하지만 서로의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결론은, 기승전 내가 잘할게 남편.. 


그리고 최근 주변에서 많이 들은 이야기들.. 

만만치 않게 다이나믹한 나의 삶.   

우리 세 가족. 나, 남편, 그리고 고양이 샤미.

우리 셋의 일상들도 조금씩 꺼내 볼까. 

2016년 8월 29일. 오스트리아 빈. 신행 첫날. 그때의 맘으로 충성!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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