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고, 들어주기

나를 실망시킨 나 자신에게

by 홀짝
잘 혼내는 법?


‘좋은 교육법이란 어떤 것인가’는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 가운데 하나다. 그중에서도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가령 여섯 살쯤 된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의 장난감을 힘으로 빼앗아 싸움이 일어났다고 하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훈육 방법은 다양하다.


‘너는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해’라고 하면서 벽을 보고 서 있게 할 수도 있고, 무릎 꿇고 손을 들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체벌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어떤 어른은 손바닥을 몇 대 때려줄 수도 있다. 아니면 말로 잘못된 행동에 대해 그것이 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 가르쳐주고 당장 친구에게 가서 사과하라고 다그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당한 친구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설명해주고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타이를 수도 있겠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물론 체벌은 반대다- 나는 한 가지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행동을 한 일에 대해 아이에게 상황과 이유, 감정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먼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묻는다. 아이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 상황을 조금 왜곡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들어준다. 왜 장난감을 뺏고 싶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친구에게 좋은 말로 잠깐 가지고 놀 수 있겠느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는지 묻는다. 그랬는데도 친구가 거절했다고 한다면 꼭 뺏어서라도 가지고 싶었는지 물을 수 있다. 뺏고 나서 화를 내는 친구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고, 만약 네가 장난감을 뺏겼다면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은지 묻는다. 한 질문을 할 때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최대한 잘 들어준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까지 시도하게 된다.


무턱대고 너는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 절대로 다음부터 그래서는 안된다고 다그치거나 벌을 주는 것은 자칫 아이의 자존감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을 하면 혼이 나니까 다음부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 또한 썩 괜찮아 보이지는 않는다. 옳지 못한 행동일지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맥락은 있었을 것이므로 그 부분을 자세히 보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아동 교육 전문가가 아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내가 아빠가 된다 해도 늘 이렇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머릿속 세상과 현실은 다르니까. 하나의 예시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나에게 실망했을 때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후회와 자책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정말 실망했다면 나를 실망하게 한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묻고, 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여섯 살 유치원생이 아니지만 -이 글을 여섯 살 유치원생이 읽지는 않을 것이므로- 나를 데리고 사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우리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어차는가. 특히나 나 자신을 실망케 하는 일이 자꾸 반복될 때에는 어떤가. 앞서 말했듯이 후회와 자책의 감정이 몰려든다.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 자책이니 우리는 스스로를 혼내고 다그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스스로를 미워하고, 정도가 심하면 자기혐오에 빠진다. 맘에 안 드는 나 자신의 행동을 봤을 때 혹시 우리는 자신을 다락방 구석에 가둬두고 문을 잠가버리지는 않았나. 꼴 보기 싫은 나의 일면을 외면하고 더 외롭게 만들면서 벌을 주다가 며칠이고 시간이 지나 그런 감정들이 누그러들 무렵에 슬며시 잠근 문을 열고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왔던 게 아닐까.


나는 그랬다. 그리고 그건 어떤 방향으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를 데리고 사는 건 더 힘들어졌다. 반복되는 실망의 굴레는 여전했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로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다짐하다가 몸이 좀 괜찮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반복하는 것처럼. 꾸준히 실망했고, 조금씩 더 외로워졌다.


대화가 필요해


나 자신과의 대화는 늘 필요하다. 이 점만큼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중에서도 이렇게 스스로에게 실망했을 때가 반드시 나 자신과 마주하여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다. 잘못된 행동을 한 여섯 살 아이를 대하듯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 상황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나.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는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그 당시 내 기분은 어땠나.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할 것인가.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나.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나에게 실망한 그 일에 대해 되짚어 보고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잘못된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와 맥락은 있다. 그 맥락으로 잘못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러한 이유와 맥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낼 도리가 없다.


왜, 어째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잘못을 하고 나를 실망시킨 나 또한 내가 데리고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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