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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짝 Sep 11. 2021

타협과 포기는 내가 한다

인알못의 인테리어 턴키 시공기 07

C와 H업체에 실측 방문을 의뢰하기에 앞서 견적에 대한 간단한 추가 상담을 요청했다. 가견적 그대로 진행하기에는 내가 설정한 예산 범위 초과였기에 몇몇 시공에서 선택과 포기, 타협을 해야 했는데 이걸 포기하면 견적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시공 방식을 바꾸면 얼마나 절약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실측 뒤 최종 견적에 반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하고 싶은 거 전부 집어넣어도 될 만큼 예산이 넉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선택과 포기 절차는 필수다.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거실이었다. 맘 같아서는 확장을 하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아내가 확장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차선이 폴딩도어였는데 폴딩도어야말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시공이었다. 하길 잘했다는 사람, 후회한다는 사람이 짠 듯이 비슷한 비율로 나뉘었다. 확장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샷시 내창을 다는 것보다는 돈이 더 들기 때문에 쉬이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견적은 폴딩도어 시공을 전제로 냈지만 실측 후 최종 견적은 폴딩도어를 하지 않았을 경우로 받기로 하고 선택을 미뤘다.


바닥을 강마루로 하려다 2.5T 두께의 장판으로 할 경우의 견적도 문의했다. 대략 2백만 원 가까이 예산을 세이브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태어난 아이를 키울 집이라 강마루에 비해 덜 단단한 장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요즘은 장판도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온다고 하니 옵션으로 고려해볼 만했다. 역시나 최종 선택은 나중으로 미뤘다.


안방과 아이방의 붙박이장은 그대로 간다고 치고, 주방의 싱크대 상하부장을 제외한 냉장고장+수납장을 제작하지 않았을 때의 견적도 고려했다. 인테리어 비용에서 샷시 못지않게 비중이 큰 게 제작 가구다. 싱크대 상하부장은 그렇다 쳐도 냉장고장을 포함한 반대편 수납장은 기성 제품을 구입하면 예산이 크게 절약된다. 다만 살고 있는 집 사이즈에 맞춤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서재방 내창은 교체가 아닌 필름 시공으로 때우는 경우의 견적도 궁금했다. 안방이나 아이방처럼 자는 방이 아니라서 단열이 조금 미흡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마찬가지로 현관 신발장도 필름 교체로 대체할 경우의 견적, 욕실 공사에서 철거와 방수 시공을 하는 경우와 철거 없이 덧방(기존 타일 위에 새 타일을 덧붙이는 것)으로 할 때의 견적도 두루 살폈다. 샷시의 브랜드를 한 단계 아랫급으로 내리고 단열 옵션 몇 가지를 타협할 때는 얼마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이렇게 세부 내역에서 조금씩 포기나 타협을 했을 때 견적이 어디까지 줄어드는지 확인한 후에 실측 견적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공사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 모든 걸 다 선택하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집에 최대한 가까운 선에서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선택해야 할지 정해야 하기에 참으로 고민스러웠다. 


누군가는 ‘차라리 원하는 작업을 다 해주면서도 예산에 맞게 견적을 부르는 업체를 찾거나 반대로 예산에 맞춰서 원하는 작업을 다 해달라고 업체에 요청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 계획에 맞추어 견적을 내는 업체를 찾지 않고 업체를 고른 뒤에 계획을 맞추려 드는가?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원하는 시공 계획과 예산에 그대로 맞춰준다고 하는 업체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손해를 보고 맞춰줄 리 만무하고 결국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 절약을 위해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에서 타협과 포기가 이루어질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타협과 포기의 주체가 되자. 조율된 예산 범위 내에서 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업체를 내가 가진 모든 촉과 경험을 동원해서 고르자.  


며칠 후 C업체와 H업체를 연달아 만나 1차 견적의 절충 버전으로 견적을 조율했다. 이제 이사 갈 집의 매도인에게 연락해서 실측 방문이 가능한 시간을 여쭙고 업체와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일이 남았다. 처음부터 실측 방문 ‘최대 2회’를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한 터라 두 업체 모두에 실측을 맡겨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현장 실측은 H업체 한 곳만 진행했고 최종 계약까지 H업체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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