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잘 달리는 방법 : 잊기의 기술 1탄

나를 찔렀던 말들은 뒤에 두고, 다음 계절을 향해 달린다

by 네덜란딩 민수현

인생을 잘 달리는 법은, 결국 잘 잊는 법이다 1탄:

인생을 ‘잘 달리는 법’은 사실 나를 베고 간 말들을 ‘잘 잊는 법’에 가깝다. 실제로 우리 뇌는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정보를 잊어버리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한다. 인생도 달리기처럼 다음 구간으로 가뿐하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고침’이 필수적이다.


여름이 오고 있는데 한겨울 나를 지켜준 코트가 예쁘다며 계속 입고 달릴 수는 없다. 나에게 비수처럼 꽂혔던 못된 말이나, 내가 후회하며 내뱉었던 말들은 그저 ‘지나간 계절’의 옷일 뿐이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그 기억들을 통째로 삭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레이스에 맞지 않는 무거운 문장들을 기꺼이 마음의 옷장에 넣어두는 준비다. 제때 잘 잊는 사람만이 인생도, 달리기도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아픈 말 잊기: 신발 속 모래알 털어내기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하지만 용기 내어 써본다. 22년 전, 어린 시절 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내뱉은 못된 말이 문득 머리를 스칠 때가 있다.


몸이 아파 학교에 가지 못하고 독한 약물치료와 싸우고 있을 때였다. “너 머리털 다 빠졌네? 곧 골룸처럼 죽는 거 아니야?”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흑 이 말의 아픔을 12살에 알아버렸다. 사실 내 거울 속 모습이 골룸같았기에 더 타격이 컸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문장은 아주 가끔 아릴 때가 있다. 가끔 술 한잔하며 내 과거를 아는 친구들에게 “야, 그때 걔 진짜 나빴지! 세상에 못된 놈들 참 많아.”라고 소리치며 안주 삼아 털어버리곤 하지만, 상처가 다 아물었음에도 그 자리엔 희미하게 흉이 져 있다.


달리기를 할 때 신발 속에 들어온 작은 모래알 하나를 무시하면 결국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다.흉이 질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의 그 나쁜 말들은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바로 ‘모래알’ 같은 존재다. 그걸 잊지 못하고 마음속에 계속 두는 것은, 이미 낡아버린, 아무 힘 없는 겨울의 상처를 초록색 여름의 트랙 위까지 끌고 오는 것과 같다.


잘 달리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러닝 중 숨이 차오를 때 우리는 선택한다. 주저앉을지, 멈출지, 그럼에도 걸을지, 혹은 그 고비를 넘겨 추진력으로 바꿀지.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면 몸은 리듬을 찾고 어느새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웃으며 넘겨버렸던 그 가벼움으로, 혼자 달리는 길 위에서도 그 말들, 무수히 많은 말들을 툭툭 털어내야 한다.


수많은 말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른다. 이미 내뱉어져 되돌릴 수 없는, 내 귀를 스친 수많은 말을 더는 돌아보지 않기로 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지점에서 깨닫는다. 나를 베고 갔던 그 말들은 이미 저 멀리 뒤처져 더 이상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달리기는 나를 불편하게 했던 모든 잡념을 뒤로한 채 오직 앞만 보고 나아가는 과정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이 찾아오지만, 나는 그 불편함을 기꺼이 딛고 일어서며 다시 지면을 힘차게 박차고 달린다. 나를 찔렀던 상처받은 말, 냉혹했던 평가, 내가 내뱉은 시렸던 이별의 말들까지. 그것들을 먼지처럼 털어 뒤로하고, 내가 앞으로 새로 써 내려갈, 그리고 앞으로 달릴 밝고 예쁜 말과 길들을 향해 달린다. 이제부터는 5km 더 달려! 뽜이팅 뽜이샤! 해내! 더 달려~


말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우리 누군가의 마음에 빚지지 않도록 나쁜 말은 하지 맙시다.(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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