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20년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단연 취업이다. 어렸을 때는, 아니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취업은 나이를 먹으면 그리고 취업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취업준비생이 되고나니 취업의 문은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열 수 있는 쉬운 문은 아니었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승무원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반이 되면서 줄곧 승무원을 준비했다. 이 직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를 나왔기에 승무원 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어학 공부를 했다. 작년에는 공채가 뜨는 항공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모두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시작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면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 다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하니까 나의 노력도 배신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노력에 대한 배신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라니. 사실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유행을 시작했던 때에는 이 바이러스가 한달은 갈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은 만만하게 봤던 이 바이러스가 어느 순간부터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외국으로 가는 항공편들이 점점 사라지더니 항공사 쪽으로의 취업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취업은 커녕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리도 위험할 정도로 코로나19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퍼진 사실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건 누가 감히 예상을 하거나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또 문득 이 상황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었다. 취업이라는 존재 하나 만으로도 화가나는데 또 다른 외부 요인의 침임에 가슴이 답답해져 올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취업에서의 나의 첫번째 실패였다.
다른 일 하면서 준비하다가 채용 뜨면 그때 다시 도전하면 되지
쉽게 말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항공사 채용이 언제 또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저런 말은 이 분야로의 취업에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희망고문처럼 느껴졌다. 미련이 남으니 다른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그 일에 몰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막연히 할 수 있다고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지금은 다른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다른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두려움은 여전하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내가 남들보다 뒷쳐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또다시 여기서도 실패를 하게 될까 움츠러든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대학은 하나의 문턱에 불과했듯 취업역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취업만 하면 모든 게 끝일 거라 생각하지만 이것에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의 또다른 많은 실패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이렇게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를 넘어가야 하는 하나의 게임이라면 얼른 이 스테지이를 넘어가 다음의 도전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