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0년의 7월이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체감상 10대보다 20대 때 그리고 20대 초반보다 20대의 후반에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2020년이 되고 한 것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7월이 되었다.
2020년 상반기를 보내며 가장 잘한 일을 하나 뽑아보자면 고민도 없이 2월에 유럽으로 오픈데이(외국항공사 면접, 더 자세한 내용은 '나는 어쩌다 승무원준비생이 되었나'에서 볼 수 있다)를 다녀온 것이다. 사실 친구들이 면접을 보러 가자 제안했을 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아직 많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 데 가도 되는 걸까', '유럽까지 면접을 보러 가서 떨어지면 어쩌지'. 그리고 가장 고민이 되었던 건 '돈 낭비가 되면 어쩌지'였다. 결론적으로도 유럽 오픈데이에서 떨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2020년 상반기 중 내가 제일 잘한 선택과 경험이 되었다. 사실 그때는 몰랐으니까. 내가 유럽을 간 사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그 여파로 밖으로도 함부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우리나라에서 처음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시작했을 때는 걱정되는 마음이 컸었지만 한편으로도 이렇게도 쉬어보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20대의 나는 항상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또 그것들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대학생 때는 복수전공으로도 부족해 부전공까지 했었다. 남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 덕에 대학교를 다니는 시간 내내 시간표는 항상 가득 차 있었고 시험과 과제도 남들의 두 배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어학공부를 하고 면접스터디를 하고 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늘 빼곡한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처음에는 외출이 거의 금지되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스터디가 취소되었고 비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저것 해야 하는 많은 것들에 정신 팔리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 시간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월 말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도 이제는 점점 만성화되어가는 것 같다. 여전히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는데 그러면 또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 혼자만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해진다.
주변 사람들과 이 정도면 2020년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농담을 진담처럼 하게 되는 요즘. 7월이 되면서 2020년도 하반기에 들어섰다. 남은 2020년이 모두에게 우리가 지나온 2020년 보다 좀 더 순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