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타의적 집순이가 되면서 의외의 것들이 많이 유행했다. 처음에는 400번을 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더니 이것의 유행이 지나고는 또 400번을 저어 달걀 오믈렛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생크림을 400번 넘게 휘저어야 만들 수 있는 모 카페의 아이스박스 만들기가 유행했다. 이것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는구나 생각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결국 나도 아이스박스를 만들겠다고 생크림을 휘젓고 있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도 겉모습만 여행객의 모습을 학 있지 알고 보면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어느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여행을 가서 그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겠냐며 말이다. 처음에는 이 글을 보고 웃었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 머무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예전에는 이런 적도 있었다. 한참 영화 '신과 함께'가 상영 중이던 때에 그 영화를 보며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나태지옥에는 꼭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SNS를 보다 보니 이런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꽤나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OECD 국가 평균 노동시간 2위에 달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죽어서 나태지옥을 가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서 무언가를 하면서도 또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음에 불안해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이제는 집순이인 나도 집 안에만 머무는 걸 벗어나고 싶어 근처의 카페라도 가볼까 하다가도 여전히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생각을 고친다. 마스크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내리고 밥을 먹는다던가 커피를 마신다던가 하는 것이 여전히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안에서 또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집 안에만 머물렀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언제쯤 내가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될까.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까 생각한다. 아직은 죄책감과 불안함을 떨쳐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