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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H May 08. 2020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는 한국인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타의적 집순이가 되면서 의외의 것들이 많이 유행했다. 처음에는 400번을 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더니 이것의 유행이 지나고는 또 400번을 저어 달걀 오믈렛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생크림을 400번 넘게 휘저어야 만들 수 있는 모 카페의 아이스박스 만들기가 유행했다. 이것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는구나 생각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결국 나도 아이스박스를 만들겠다고 생크림을 휘젓고 있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도 겉모습만 여행객의 모습을 학 있지 알고 보면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어느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여행을 가서 그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겠냐며 말이다. 처음에는 이 글을 보고 웃었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 머무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예전에는 이런 적도 있었다. 한참 영화 '신과 함께'가 상영 중이던 때에 그 영화를 보며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나태지옥에는 꼭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SNS를 보다 보니 이런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꽤나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OECD 국가 평균 노동시간 2위에 달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죽어서 나태지옥을 가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서 무언가를 하면서도 또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음에 불안해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이제는 집순이인 나도 집 안에만 머무는 걸 벗어나고 싶어 근처의 카페라도 가볼까 하다가도 여전히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생각을 고친다. 마스크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내리고 밥을 먹는다던가 커피를 마신다던가 하는 것이 여전히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안에서 또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집 안에만 머물렀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언제쯤 내가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될까.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까 생각한다. 아직은 죄책감과 불안함을 떨쳐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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