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는 성장한다. 이 '성장'이라는 단어 안에는 내가 자라고 변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성장함에 따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들도 점점 변해왔다.
고등학생 때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단연 친구들이었다. 그때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먹고 놀고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때의 나에게는 내 주변의 친구들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점심시간이면 함께 산책을 하고 또 아주 가끔은 야간자율학습을 재낀 채 동전노래방에 가는 그런 시간들이 좋았다. 그러니 그때의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것은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어도 모든 수업을 함께 할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복수전공 수업을 듣느라 바빴던 나는 친구들과 점심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울 날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관계에 얽매이는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늘 친구들과 함께 하려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혼자인 게 좋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과 공강시간이 맞지 않을 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대신 대학생 때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려고 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모전에도 많이 나갔고 복수전공에 부전공까지 선택했다. 성공적인 결말을 얻진 못했으나 대학생 창업에 도전했던 적도 있었다. 중국어랑은 전혀 상관없는 학과이면서 중국으로 교환학생도 다녀왔다. 대학생의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내가 도전한 모든 프로그램들이었다. 그때는 겁도 없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리고 요근래에는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였다. 작년까지만해도 승무원을 꿈꾸며 취업준비에 매진했었다. 어학공부, 스터디 취업, 어피(승무원 헤어)연습 등 오직 취업만을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노력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해의 모든 계획들이 무너지며 취업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꼭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 또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꼭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이어리에 또는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그날 있었던 일들이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내려간다. 그렇게 한참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제약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