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실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실직 : 직업을 잃음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다. 분명 어제는 출근을 했는데 오늘은 안 한다. 어제는 갈 곳이 있었는데 오늘은 갈 곳이 없다. 24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되었더니 오히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무엇을 했더라...
내가 나의 의지로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는 '내가 드디어 이 거지 같은 회사를 드디어 그만뒀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몇 년 동안 미우나 고우나 내 회사였던 곳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싱숭생숭하기도 했는데 타의로 실직을 했을 때는 아니었다. 일단 기분이 안 좋았고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왔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몇 번 나가 짐 정리까지 마쳤더니 정말 더 이상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공부를 해도 유튜브를 보아도 되었지만 그중에 아무것도 강제인 것은 없었다. 야근을 하느라 내내 바쁘던 몇 달 간이 었는데 평일에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평일에 이 시간에 이곳에 있다는 것이 꼭 꿈인 것 같았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던 일이었기에 그 끝이 왔다는 사실이 내 인생에 큰 타격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온 실직은 나의 멘탈을 흔들었다.
좀 더 여유가 있었던 이후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급하게 해야 하게 되었다. 올해의 계획도 전면적으로 수정이 필요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 출근할 정도로 바쁘던 애가 평일에도 주말에도 시간이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처음엔 계약을 정리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말을 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은 내게 동생이 그랬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중간에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구간이 있지 않냐고. 누나는 지금 그 물을 마시며 쉬는 구간에 있으니 지금을 누리라고. 다시 정신 차리면 달리고 있을 테니까. 동생의 이 말에 다시 힘을 얻기로 한다. 언젠간 또 지금의 이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