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는 것
바라다보면 실망을 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그러다 문득 예상치 못한 기쁨을 받으면 그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수록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곧잘 나도 모르게 바라곤 한다. 기대하란 소리도 안 했는데 멋대로 바라다가 찬물 맞은 듯 혼자 서운할 때가 있다.
진심으로 상대가 소중하다고 말한다면 상대로 인해 행복한 감정을 받을 ‘나’에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서 ‘그 사람’이 행복한 것을 보고 내가 행복을 느낄 때에 그 말에 진정성이 있을 텐데. 이따금씩 이기적인 나를 발견한다.
내 행복에 초점을 맞추면 관계는 불만이 쌓이고, 불행해진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실망만 거듭하고, 대화는 내 위주이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루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공식인 것 같다.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로 상대의 취향이나 선택이나 말 하나하나에 간섭을 하거나 요구한다면 아마 그 관계는 굉장히 피곤해질지도 모른다.
방관이 아닌 말 그대로 인정하는 것. 나와 다른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고 싶다면 이해해 보고, 대화하는 것. 기다림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세상은 급하고 때로는 내가 외롭다는 이유로 살아오며 맺어진 관계들을 흩트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어떤 비교나 바람 없이 나와 대화의 결이 잘 흘러간다면, 소중히 소중히 간직해서 보물 같은 사람으로 품어가야지.
그리고 내가 먼저 그렇게 다정히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