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생겼다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 신기하다. 우리에게 새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니. 태명은 ‘홀름’으로 정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잉태됐기 때문이다. 울림소리가 많아 어감도 괜찮다. 홀름이, 홀름이. 다만 발음할 때 조심해야 한다. 히읗 발음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자칫 ‘골룸’이 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속 캐릭터인 골룸. 골룸은 조금, 아니 많이 못 생긴 캐릭터인데....뭐 옛날에는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 일부러 개똥이라고 짓기도 했다는데.
아내가 말했다. “앞으로 여보가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고 해야 해.” 나는 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태도에 아내가 뿔이 났다. 아내가 음성 변조를 했다. “아빠, 저 홀름이에요. 앞으로 저한테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실거죠?”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앞으로 10개월간 이런 2대1 구도 속에 수적 열세에 처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태교를 위한 시사 자장가를 만들어서 불러줄게. 어때?” 아내는 만족스러워했다. “홀름이는 좋겠네. 아빠가 시사 정보를 다 알려준다네. 홀름이는 공부 따로 안 해도 되겠네.” 원래 목소리와 아기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아내를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어쨌든 그렇게 이 시사 자장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