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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y Frege Sep 10. 2017

2017.09.09

고수.

난 그냥 폐인이다. 고수가 아니다.

날 고수로 알고 날 만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술사고, 밥사고.. 육지에서 제주에 올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다시 술을 먹는다. 낮술을먹는다. 동네 할매와 싸우고, 소주병 나발을 불며 골목길을 다닌다. 그러다가 나를 만나겠다는 사람에게 신촌교회로 오라고 했다. 나를 낚시한 여자는 오늘 만날 수 없다고 해서..그 사람을 만나기로 한거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촌교회 잔디에서 술을 마시며 기다린다. 지나가는 할매가 혀를 찬다. 그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 뭐하는 거야. 목소리를 드 높인다. 그렇다..난 동네 미친놈이다. 나를 만나겠다는 분이 왔다. 골때렸을 꺼다. 낮부터 술먹고 교회잔디밭에서 누워 있는 노숙자를 보았으니...


그분은 우선 점심을 먹자 한다. 그래서 선창식당으로 갔다. 왠걸 5시부터 영업한다고 하네. 그래서 할매국수집으로 가서 돼지국밥과 소주를 시켰다. 할매가 날 안다. 술은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런 인간이다. 같이 간 형님이 목소리를 좀 높였다. 그래서 소주를 먹게 되었다.  밥을 먹고, cu에서 술을 샀다. 우리집에서 마시자고 했다. 난 이미 소주 반병과 맥주 2리터를 먹은 상태에서 국밥집에서 또 소주, 그리고 집에서 소주.


그도 좋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석사를 받은 사람이다. 내가 올린 글을 보고 그가 느꼈단다...진짜 고수가 있긴 있구나..하는거였단다.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을 한다.  고수 지랄하네... 난 고수가 되고 싶긴 하지만, 쓰레기 찌질이다. 그는 자기가 궁금한거에 대해서 많이 물어본다. 그럴때 나의 설명을 듣고 박수를 친다. 오바다. 술에 취한 까닭일것이다. 그러나 난 술먹으면 일얘기 보다 여자 얘기다. 그는 나의 여자얘기에 실망을 한다. 나같은 사람이 이렇게 술만 먹고 여자얘기만 하려 하냐... 그런 사람인거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왜 그렇게 사냐고? 충분히 멋진 여자 만날수 있는 사람이 고작 만난다는 여자가..이런 여자들이냐며...한숨을 짓는다. 내가 너무 안타깝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난 가족이 없다. 외로운 사람이고 여자를 만나면, 그여자는 내 가족과 같다. 그래서 난 모든걸 준다. 내가 가진 모든것을 준다. 그 여자가 중학교만 졸업하고 싱크대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던  닭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든. 중요하지 않다. 나만 생각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는 자꾸 화제를 바꾼다. 일과 공부 얘기로..그러나 나는 자꾸 자꾸 여자얘기를 한다.


그는 화를 낸다. 나를 만나기 위해 약속도 취소하고 40분이나 차를 타고 왔는데, 밥과 술도 사주면서 나를 만난건, 당신이 가진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고...여자가 뭐가 큰거라고..하면서 자기가 오늘 여자 구경시켜준다면서, 50만원을 쓰겠단다. 단란주점에 가서 여자와 어떻게 노는지도 보여줄테니...


택시를 타고 함덕으로 갔다. 외국인 여자와 젊은 여자들...

함덕은 불빛이 찬란한 그런 도시다. 우리는 단란주점과 같은 노래방에 갔다. 아줌마 둘이 들어왔다. 난 쑥맥이다. 기껏해야 어깨만 손으로 만지는... 병신이다. 여자앞에선 술먹어도 예의 차리고, 화끈하게 놀지도 못한다. 그걸 본 형님이 여자들을 밖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형님은 나에게 3만원을 준다. 파트너 팁이란다. 내가 못하니, 돈을 주라는 거다. 돈 아깝다고 하지 말라고 했더니...미국에서 밥먹어도 팁주지 않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한다. 자기는 이미 주었다고 한다. 


돈을 주었다. 여자는 내품으로 안긴다. 역시 돈의 힘인가? 좋았다. 누군가를 안는거..나같이 사랑이 부족한 사람에겐 눈물나도록 고맙다.


중간에 형님이 노래를 부르고 나서 운다. 왜 그렇게 사냐고...자신이 기대했던 사람은 매우 지적이며, 깔끔한 유학파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동네에서 소주병나발을 불고 못배운사람한테 무시나 당하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러냐는 거다. 난 찌질이다. 원래 그냥 막장인생이다. 나를 잘못 본거다. 난 고수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  내 전공이 아니더라도 난 노가다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난 그냥 가정을 만들고 싶다. 작은 가족을 갖고,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뿐이다. 


그렇게 놀고 그분은 우리집에서 자고 말도 없이 가셨다. 문자라도 남겨 드리는게 도리인데, 아직까지도 문자 날릴 생각을 안하는 나. 또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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