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냄새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임신 중 엄마의 코를 스치는 냄새가, 아이의 몸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by 전의혁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누가 들고 타는지 모를 치킨 냄새가 꽉 차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임신부가 배를 살짝 쓸어내리며 웃었다.


“아, 냄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야겠다. 또 시켜 먹으면 혼나.”


우리는 웃고 말았지만, 그날 밤 집에 와서 읽은 한 연구가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 오게 했다.


“임신 중 지방 많은 음식 냄새, 아이 비만 위험 높일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대사 연구소 연구팀은
임신기와 생후 초기, “냄새”가 발달 중인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 물었다.


실험 대상은 생쥐였다.
임신한 쥐에게 베이컨처럼 지방 많은 음식 냄새가 나는,
하지만 실제 지방 함량은 낮은 건강한 식단을 먹였다.


어미 쥐의 몸은 멀쩡했다.
체중이나 대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새끼들은 달랐다.
나중에 진짜 고지방 식단을 먹게 했더니
더 빨리, 더 심하게 살이 쪘다.
인슐린 저항성까지 뚜렷했다.
제2형 당뇨병으로 가는 길목의 신호들이다.


연구팀이 새끼 쥐의 뇌를 들여다보니
보상과 동기를 담당하는 도파민성 시스템,
배고픔과 전신 대사를 조절하는 AgRP 뉴런이
고지방 음식에 반응하는 방식이 바뀌어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라우라 카사누에바 레이몬은 이렇게 설명했다.
“어미가 지방 냄새가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도,
자손의 뇌는 비만 생쥐의 뇌를 닮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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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쥐가 먹는 그 음식 냄새는
태아가 자궁 속 양수에서,
그리고 태어난 뒤에는 모유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연구진은 바로 그 시기에
“지방이 많은 음식 냄새와 연결된 신경 회로”를
인위적으로만 활성화해도,
성인기 비만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과체중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훗날 과체중이 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덧붙인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
엄마가 마르고 건강한 저지방 식단을 먹더라도,
발달 시기에 지방 많은 음식 냄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아이 역시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다.
실험에서는 어미가 “냄새만 맡은 것”이 아니라
그 향을 입힌 음식을 실제로 섭취해야 했다.
공기 중으로 스치는 냄새만으로는
자손의 비만을 만들지 못했다.
입으로 들어가, 몸속을 한 바퀴 돌아
태아와 신생아에게 닿는 과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사실도 발견했다.
실험용 식단에 쓰인 향료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가 식품첨가물로 쓰는 향료와 같은 성분이었다.
놀랍게도 그중 “하나”만 사용해도
자손에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를 이끈 소피 슈테쿨로룸은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엄마의 체중, 고지방 식단 자체의 해로운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결과는
태아와 신생아가 노출되는 ‘냄새’가
엄마의 건강과는 별개로
훗날 그들의 대사 건강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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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나 수유 중 이런 향료를 섭취하는 것이
아기의 발달과 나중의 대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건 아직 생쥐 연구다.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임신 중 식탁을 떠올리게 하는 데는 충분하다.


우리가 평소엔 대충 넘기던 한 조각의 치킨,
고기 굽는 연기, 인공 향이 진한 스낵의 풍미는
엄마의 혀를 거쳐, 코를 거쳐, 혈액을 타고,
언젠가 아이의 뇌와 대사 회로에
작은 메모를 남길지도 모른다.


“이 냄새, 이 맛은 손을 크게 뻗어도 괜찮아.”


그 메모가 수십 년 뒤
성인기의 비만과 당뇨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상상은
조금 섬뜩하다.


그래서 오늘 저녁,
엘리베이터 안에서 튀김 냄새가 올라올 때
임신한 친구가 말하는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농담을
그냥 웃어 넘기기만 하진 못할 것 같다.


그 대신 이렇게 묻고 싶다.
“오늘은 우리, 냄새만 맡고 집에 가서
조금 덜 자극적인 걸 같이 만들어 먹어 볼까?”


아직 모든 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발달 중인 아이의 뇌와 몸이
무엇을 ‘좋아하게 되는지’를 정하는 데
엄마의 코와 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조금 더 조심스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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