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무렵 ADHD 성향이 46세 몸에 남긴 질문
건강검진 결과표를 펼쳐놓고 한참을 멈춰 서는 날이 있다.
점심시간이 끝난 약국 창가에서 형광등 아래 종이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볼펜 끝으로 동그라미를 치다가 문득 “언제부터였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지금의 몸이 어린 시절의 나를 몰래 데려오는 것 같아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평생을 통과해 온 생활의 패턴’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일이 몰릴수록 내 생활은 더 단순해졌다.
바쁜 날일수록 나는 건강을 ‘나중에’로 미뤘다.
혹시 당신도 바쁜 시기일수록 건강은 뒤로 밀리나?
그 생각을 붙잡고 있던 날, 한 편의 연구가 눈에 들어왔다.
1월 21일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연구는 아동기 ADHD가 중년의 건강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10세 무렵 ADHD 특성을 보였던 사람들이 46세에 만성 질환과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장애는 몸이 나빠져서 일이나 일상 활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뜻했다.
연구진이 말한 건강 문제의 범위는 넓었다.
천식, 편두통, 허리 문제, 당뇨병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문제가 겹쳐지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이 연구는 1970년에 시작된 영국의 장기 건강 연구 프로젝트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약 1만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참여자들이 10세였을 때 부모와 교사가 작성한 아동 행동 설문지를 바탕으로 아동기 ADHD를 추정했다.
그리고 이후 건강 상태를 추적해 초기 ADHD 특성이 나중의 질병 위험과 연관되는지 확인했다.
숫자는 조용히 차이를 만들었다.
아동기에 ADHD 점수가 높았던 사람들은 성인이 된 뒤 2개 이상의 신체 건강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14%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았던 사람들 중 42%가 46세에 건강 문제 2개 이상을 겪었고, 점수가 낮았던 사람들에서는 37%가 그랬다.
나는 이 숫자들이 ‘성격’이 아니라 ‘삶의 경로’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구진은 이 연관성이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강해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더 나쁜 건강 결과는 부분적으로 정신건강 문제 증가, 과체중 수준 상승, 더 높은 흡연율로 설명됐다고 했다.
한 사람의 몸을 바꾸는 건 단일 원인보다, 생활이 쌓인 결과일 때가 많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ADHD가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큰 삶의 사건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돼 왔다.
또 필요한 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함께 언급돼 왔다.
연구 책임자인 조슈아 스토트(Joshua Stott) 교수는 ADHD가 충동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들고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에 대한 필요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삶은 너무 얄팍해진다.
리버풀 대학교의 앰버 존(Amber John) 박사는 ADHD가 있는 사람들은 강점과 경험이 다양한 집단이며, 대부분은 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적시 진단과 적절한 지원에 큰 장벽을 겪고 있다고 했고, 그래서 지원이 신체적·정신적 건강 결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트 교수도 맞춤형 지원 서비스가 부족하고 특히 중년 및 노년층에서 ADHD가 여전히 과소진단된다고 말했다.
나는 오늘 검진표를 다시 접기 전에 한 가지를 남겨두려 한다.
당신이 나약한 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이 늦게 도착했을 수도 있다.
약이나 치료, 검사를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혼자 결론 내리기보다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