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저항성 우울증, 6주 케토의 단서와 12주의 벽
오늘도 “왜 이러지”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날이 있다.
약국 마감 뒤 셔터를 내리고, 카운터 불을 하나씩 끄며 영수증 더미를 눌러 정리했다.
손끝엔 소독제 냄새가 남아 있고, 배는 고픈데 숟가락을 들 마음은 늦게 온다.
집에 돌아와 식탁 앞에 앉으면, 그 ‘늦음’이 더 선명해진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치료가 잘 닿지 않는 우울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하루가 끝나고 식탁 앞에 앉았을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저녁만 되면 기운이 먼저 풀리는 쪽인가?
의사들이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건, 최소 두 가지 서로 다른 항우울제를 써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때다.
약도, 상담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마음이 그대로인 느낌. 그 ‘그대로’가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약 말고 다른 실마리를 찾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 연구가 내 눈에 걸렸다.
영국 연구진은 18~65세 치료 저항성 우울증 성인 88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6주 동안 식단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했다.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저널》에 실렸다.
한쪽은 저탄수화물 케톤 생성 식단이었다.
다른 한쪽은 파이토케미컬, 이른바 “파이토식단”이었다.
둘 다 ‘마음’이 아니라 ‘식사’에서 변수를 찾는 시도였다.
식단은 “느낌”이 아니라 설계였다.
케토 그룹은 하루 탄수화물 30g 이하로 구성된 식품을 제공받았다.
파이토 그룹은 바우처로 과일과 채소를 사서 하루에 1회 섭취를 더하는 것이 목표였다.
또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도록 했다.
둘 다 코칭과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느낀 장치가 하나 더 있었다.
체중이 빠져서 기분이 좋아진 걸로 착각하지 않게, 모두가 현재 체중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먹게 했다.
‘살이 빠져서’가 아니라 ‘음식 자체’의 영향을 보려는 설계였다.
기분 변화는 환자건강설문지(PHQ-9)로 따라갔다.
PHQ-9는 우울 정도를 점수로 살펴보는 설문이다.
연구진은 케토가 파이토보다 이 점수에서 5점 더 좋아지길 기대했다. 그 정도면 “임상적으로 중요”한 변화일 수 있다고 봤다.
6주가 지나자, 두 그룹 모두 우울 증상이 좋아졌다.
케토 그룹은 점수가 약 10점 떨어졌고, 파이토 그룹은 약 8점 하락했다.
증상이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는 ‘관해’ 비율은 케토 25%, 파이토 9%였다.
숫자가 몇 칸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숨을 다시 쉰다.
하지만 12주 추적 관찰에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6주에 보였던 차이가 줄어들었다.
케토 그룹 참가자의 절반은 식단을 더는 따르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도 ‘가끔’ 지키는 경우가 많았고, 거의 매일 지킨 비율은 약 9%였다.
파이토 그룹은 중단이 5%였다.
지속은, 효과만큼이나 어렵다.
하위군 분석에서는 힌트가 하나 더 나왔다.
시험 시작 때 우울이 더 심했던 사람들이, 중등도-중증 증상을 가진 사람들보다 케토에서 더 큰 이득을 보는 듯했다.
“누구에게나”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가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연구진은 케토가 파이토보다 5점 더 좋아지진 않았다고 정리했다.
그래서 임상적으로는 불확실하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석 저자 민 가오 박사는 요지를 이렇게 말했다.
케토는 일부 중증 우울증에서 “작은 단기 이점”을 줄 수 있지만, 치료제가 아니고 지속이 어렵고 현재 치료 권고를 바꾸진 않는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정신과 전문의 지샨 칸 박사도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건 개념증명, 즉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케토가 확립된 치료를 대체한다는 근거는 아니라는 것.
또 참가자들은 시험 기간 동안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PHQ-9에서 평균 2점 정도의 우위는 사소하진 않지만, “게임 체인저”라고 부를 정도도 아니라고 했다.
나는 오늘, 식탁을 ‘치료의 경쟁자’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한 끼’로 곁에 두기로 한다.
오늘 저녁은 내 접시에서 ‘하나만’ 확인해 본다.
탄수화물을 줄이든, 채소를 한 번 더하든, 내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식단을 바꾸거나 약을 조정하는 일은 개인차가 크다.
특히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혼자 결정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며 더 안전한 길을 찾는 편이 마음에 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