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비강 백신이 생쥐에서 보여준 첫 전진
예방접종을 미루는 날이 있다.
약국 마감 무렵 카운터 위에 알코올 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장갑을 벗고 손을 씻는 동안 팔을 걷어 올리는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바늘을 또 맞는 게 싫어서 “다음에”로 넘겼던 마음 말이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바늘 앞에서 몸이 작아지는 피로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겨울이 시작될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이번엔 그냥 넘어갈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그래서 나는 2월 19일 《사이언스》에 실린 한 소식을 오래 붙잡았다.
미국의 5개 주요 대학 연구진이 비강 스프레이 백신에서 중요한 진전을 냈다는 이야기였다.
그 스프레이는 인플루엔자와 COVID-19뿐 아니라 세균성 폐렴, 흔한 알레르겐까지 넓게 겨냥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의학 실무를 변혁시킬 것”이라고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의 발리 풀렌드란은 말했다.
그도 “좀 터무니없게 들려서” 관심을 가졌고, 아무도 진지하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하지만 생쥐 실험에서는 그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단 한 줄로 말하면 이렇다.
폐가 원래 갖고 있는 면역 방어를 ‘초강화’하는 설계였다.
우리가 익숙한 주사 백신은 병원체의 일부 조각을 보여주며 면역계를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변이로 표면의 항원을 바꿀 수 있어서 추가접종과 매년 독감 예방접종이 권고돼 왔다.
풀렌드란은 “표범이 얼룩을 바꾸듯” 바이러스도 항원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적 비강 백신은 바이러스의 겉모습만 쫓기보다 면역세포의 ‘신호’를 흉내 내는 쪽을 택했다.
스탠퍼드 메디신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진은 감염 중 면역세포들이 주고받는 신호를 모방해 방어 체계를 한 방향으로 모으는 반응을 유도한다고 했다.
그래서 반응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형의 이름은 길고 낯설다.
GLA-3M-052-LS+OVA.
이 제형은 폐에서 선천면역세포를 자극하는 신호를 흉내 낸다.
또 오발부민(OVA)이라는 달걀 단백질을 포함해 T세포를 폐로 끌어들여 면역 반응이 수주에서 수개월 이어지도록 돕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생쥐는 코에 떨어뜨린 방울로 백신을 투여받았다.
일부는 1주 간격으로 여러 차례 접종을 받았다.
이후 호흡기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실험 백신 3회 접종은 SARS-CoV-2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보호를 제공했다.
백신을 맞은 생쥐의 폐에는 바이러스가 거의 없었다.
모두 생존했다.
반대로 대조군은 심한 체중 감소를 보였고 종종 사망했다.
폐 면역계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했는지도 눈에 띄었다.
풀렌드란은 전형적인 적응면역 반응—바이러스 특이적 T세포와 항체—이 3일 만에 가동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백신을 맞지 않은 생쥐에서는 보통 2주가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 스프레이는 바이러스만이 아니었다.
황색포도상구균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같은 일부 세균 감염에도 약 3개월의 보호 효과가 관찰됐다고 한다.
집먼지진드기 단백질에도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풀렌드란은 “다양한 호흡기 위협에 대한 범용 백신”이라고까지 말했다.
사람 대상 시험이 잘 진행된다면 범용 호흡기 백신이 5~7년 내에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마음을 천천히 놓아야 한다.
이 비강 백신 스프레이는 아직 사람에서 시험돼야 하고, 동물 연구는 사람에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장면을 하나 상상해 본다.
가을에 비강 스프레이를 한 번 맞는 장면이다.
COVID-19·인플루엔자·RSV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와 세균성 폐렴, 이른 봄 알레르겐까지 한꺼번에 대비하는 그림이다.
아직은 “소매를 걷어 올리는 일”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내 손이 닿는 곳부터 정리해 본다.
주사를 미루던 마음을 탓하지 않고, 다음 선택지를 알아보는 쪽으로.
나는 이런 선택일수록 의료진이나 약사와 한 번 더 맞춰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