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화면 앞, 눈이 먼저 마르는 날

비타민D 부족은 눈이 건조해지는 위험과도 닿아 있었다

by 전의혁

눈이 먼저 피곤하다고 말하는 날이 있다.


저녁에 불도 끄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다시 올려본다.
렌즈를 뺀 뒤인데도 눈 안쪽이 까슬하다.
인공눈물 병을 손에 쥐었다 내려놓는다.


피곤해서 그런가, 나이 탓인가 싶어 그냥 넘겼다.
그런데 그건 예민해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가까울 수 있다.


20260312 _ 비타민D 결핍, 안구건조증 위험 왜 높을까 _ 2.png


이번 연구는 그 작은 신호 옆에 비타민D를 놓아봤다.


미국의 대규모 의료 기록을 2005년부터 2025년까지 거슬러 분석한 연구다.
비타민D가 부족한 성인 600만 명 이상과, 부족하지 않은 성인 같은 규모를 비교했다.
연구에 포함된 사람은 약 1,200만 명이었다.


숫자가 크면 지나치기 어렵다.


두 그룹의 평균 연령은 각각 50.3세와 50.8세로 비슷했다.
여성 비율도 65%대로 거의 같았다.
연구진이 본 것은 안구건조증의 새로운 발생이었다.
평균 추적 기간은 두 그룹 모두 약 3년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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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또렷했다.


비타민D가 부족한 성인의 3.3%가 추적 기간 중 안구건조증을 새롭게 진단받았다.
부족하지 않은 성인은 2.7%였다.
비타민D가 부족한 쪽이 안구건조증이 생길 위험이 약 29% 더 높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그룹의 차이도 벌어졌다.


5년 뒤 누적 발생률은 3.58% 대 2.89%였다.
10년 뒤는 7.22% 대 5.52%, 20년 뒤는 17.87% 대 14.16%로 격차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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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눈이 뻑뻑하면 화면 시간을 줄여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영양 상태를 함께 떠올리지는 못했다.
혹시 당신도 인공눈물만 바꾸고, 몸 안쪽의 신호는 뒤로 미루는 편인가.


연구진은 안구건조증 환자라면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하고 부족할 경우 보충하는 것이 기존 치료를 보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타민D 보충이 안구건조증의 단독 치료는 아니다.
의사의 판단 아래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영양소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안구건조증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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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결과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실제 혈액 검사 수치가 아닌 진료 기록을 기반으로 했다.
화면 시청 시간, 복용 약물, 보충제 사용 같은 다른 요인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비타민D 부족이 안구건조증을 직접 일으킨다고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어떤 날에는 이런 단서 하나가 하루를 다시 보게 만든다.


눈이 마른날마다 내가 놓친 건 한 가지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물 한 잔이었을 수도 있고, 쉬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몸의 영양 상태였을 수도 있다.


적어도 이제는 인공눈물 병만 바라보지 않고, 내 몸 전체를 함께 떠올려 보게 된다.
그 작은 연결 하나가, 오래 이어진 불편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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