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봉지를 접으며 마음이 쓰인 날

편한 간식이 아이 마음에도 닿을 수 있다

by 전의혁

아이 간식 앞에서 자꾸 망설여지는 날이 있다.


오후 해가 기울 무렵, 어린이집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 위에 작은 접시를 꺼낸다.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 소리가 먼저 나고, 아이는 신발도 벗기 전에 “배고파”를 말한다.
나는 씻은 과일보다 바로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집게 되는 날이 있다.


그건 무심함이 아니라, 하루를 겨우 끝까지 끌고 온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장을 다시 볼 기운도 없고 저녁 준비가 밀려 있을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아이 먹이는 일 앞에서 미안함과 편리함 사이를 오간 적이 있나?


이번 연구는 그 망설임을 꽤 조용하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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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미취학 아동에서 정서와 행동 문제 위험이 더 높다고 봤다.
불안, 겁이 많음, 공격성, 과잉행동 같은 문제 위험이 더 높았다.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열량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정서·행동 문제 체크리스트 점수도 더 높아졌다.


작은 입으로 먹는 것이, 생각보다 마음 가까이 닿아 있었던 셈이다.


이번 분석은 임신과 아동 건강을 추적하는 캐나다의 진행 중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미취학 아동 약 2,100명을 추적했고, 아이들이 3세였을 때의 식이 자료와 5세 때의 정서·행동 안녕 체크리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을수록 정서 및 행동 문제 위험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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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대학교 영양과학 조교수인 수석 연구자 코제타 밀리쿠 박사는, 유아기 초기에 통과일과 채소 같은 최소가공 식품으로 조금만 바꿔도 더 건강한 행동 및 정서 발달을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음식들이 우리 식탁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포화지방, 전분, 첨가당처럼 통식품에서 추출한 물질로 주로 만들고, 더 맛있고 더 매력적이며 오래 보관되도록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식품들이다.
포장된 제과류, 당이 많은 시리얼, 델리용 냉육, 감자튀김, 마카로니 치즈 같은 즉석 섭취 또는 데워 먹는 제품이 여기에 들어간다.


식단을 바꿨다고 가정한 통계 모델은 또 한 가지를 보여줬다.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열량의 10%를 과일, 채소, 통식품 같은 최소 가공 식품으로 바꾸면, 아이들의 행동 문제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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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거창한 교체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밀리쿠는 미취학 시기가 아동 발달에 매우 중요하고, 동시에 식습관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유아 부모로서, 편의식이 얼마나 자주 아이 식단에 들어오는지, 심지어 건강한 환경이라고 여기는 곳에서도 자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이 오래 남았다.
부모가 못해서가 아니라, 편한 음식이 너무 쉽게 식탁에 올라오는 환경이 먼저 있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든 가정이 단일 원재료 식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식단에 올릴 도구와 시간을 늘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어디서나 구하기 쉽고, 비교적 저렴하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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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연구를 누군가를 탓하는 이야기로 읽고 싶지 않았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의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식품들은 포화지방, 당, 나트륨이 높고, 이들 모두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고 설명했다.
포화지방은 뇌 염증, 나트륨은 스트레스 증가, 당은 우울 같은 정서 문제와 각각 연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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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중요한 건 죄책감보다 방향일지 모른다.


과일 한 조각을 더하는 것.
가당 음료 대신 물을 주는 것.
밀리쿠는 그런 작은 변화만으로도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식탁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능하다면 통식품과 최소 가공 식품이 식탁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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