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통 앞에서 멈칫한 아침

비타민D만 챙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비타민A가 문제였다

by 전의혁

아침마다 약통을 연다.


비타민D, 오메가 3, 종합비타민. 물 한 모금에 세 알을 털어 넣는다.

언제부터인지 이게 양치질처럼 자동이 됐다.


며칠 전, 종합비타민 뒷면을 읽었다.

비타민A 함량이 적혀 있었다. 레티놀, 700 µg.

그 숫자를 보고 처음으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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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하나 나왔다.

바론 연구팀이 혈중 비타민D, A, E 수치를 측정하고 만성질환과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비타민D 이야기는 예상대로였다.

중간값이 20.4ng/mL.

낮은 사람에게서 골다공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이 더 많았다.


예상 밖이었던 건 비타민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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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비타민A 수치는 대부분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런데 정상 안에서도 높은 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고혈압, 당뇨, 암이 더 많이 나타났다.

800 µg/L를 넘는 사람은 그 이하인 사람보다 암 유병률이 약 2.5배 높았다.


비타민A 자체가 병을 일으킨 건 아닐 수 있다.

연구진은 대사 이상이나 만성 염증 상태의 신호일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비타민A 수치가 높은 사람은 BMI도 높았고, 요산과 염증 수치도 함께 올라 있었다.


한 가지 더. 과잉 문제가 생기는 건 주로 동물성 식품이나 보충제에 들어 있는 레티놀이다. 당근이나 시금치 같은 식물성 카로티노이드는 체내에서 변환이 조절되기 때문에 과잉이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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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다시 아침 약통을 떠올렸다.


비타민D 따로, 종합비타민에도 비타민A가 들어 있다.

거기에 간 요리라도 자주 먹으면 레티놀 섭취가 겹친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비타민D와 A의 관계다.

두 비타민은 몸 안에서 같은 핵수용체(VDR, RXR)를 통해 작용한다.

최근 연구들은 비타민A가 과잉이면 비타민D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본다.

비타민D를 열심히 먹어도 비타민A가 너무 많으면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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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E는 이번 연구에서 대부분의 만성질환과 뚜렷한 연관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15년 넘게 비타민D를 이야기해 왔다.

부족한 사람이 많고, 보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를 보고 나서 하나를 더 생각하게 됐다.

비타민D를 챙기는 것만큼, 비타민A가 과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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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종합비타민 뒷면을 한 번만 읽어보시길.

거기 적힌 레티놀 함량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보충제 종류를 바꾸거나 중단하려면 꼭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출처]

Baron, P.; Bigotto, D.; Brignolo, E.; Camusso, G.M.; Cannavino, A.; Carli, N.; Castronuovo, F.; Colleluori, C.; Fazio, P.; Nichelino, R.F.; et al. Serum Vitamin D, A, and E Concentrations and Their Associations with Chronic Diseases in Adult Patients Referred to Italian General Practitioners’ Offices. Nutrients 2026, 18,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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