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계획하면서 우리가 빼먹은 한 가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냉동실부터 연다.
오늘도 냉동피자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3분 20초.
그 사이에 옷을 갈아입고, 물을 한 잔 마셨다.
전자레인지가 삐 소리를 내면 저녁이 끝난다.
아내와 나는 올해 아이를 가져보기로 했다.
엽산도 챙겨 먹기 시작했고, 병원도 한 번 다녀왔다.
그런데 밥상 위에 놓인 것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나란히 발표된 연구 두 건이 좀 불편한 이야기를 한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병원 연구팀이 831명의 여성과 651명의 남성 파트너를 분석했다.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에 3월 24일 실렸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남성은 파트너의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63% 높았다.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 길었다.
같은 시기,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연구팀은 미국 여성 2,5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여성은 다른 요인을 보정해도 임신 가능성이 68% 낮았다.
학술지 《영양과 건강(Nutrition and Health)》에 게재됐다.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단순히 살이 찌거나 칼로리를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는 거다.
수석 연구원 안젤리나 바릭은 프탈레이트, BPA, 아크릴아마이드를 언급했다.
포장재에서 스며 나오거나, 가공 과정에서 플라스틱 기계를 통해 음식에 묻는 화학물질들이다.
호르몬을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포루는 이렇게 말했다.
초가공식품이 체중이나 심혈관에 나쁘다는 건 다들 안다.
그런데 호르몬 경로까지 건드린다면, 그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라고.
나는 냉동피자 포장지를 뒤집어 본 적이 없다.
성분표를 읽어본 적도 거의 없다.
냉동실에서 꺼내고, 데우고, 먹고, 포장지를 버리는 것까지가 한 세트였다.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다.
바릭도 그건 인정했다.
다만 그가 한 말이 좀 남는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음식이 얼마나 가공됐는지 알아차리는 것, 자연 상태에 가까운 걸 고르는 것, 아는 재료로 이뤄진 것을 선택하는 것.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오늘 저녁, 냉동피자 대신 계란 두 개를 깼다.
대단한 건 아니다.
후라이팬 위에서 기름이 좀 튀었고, 밥은 전기밥솥에서 퍼왔다.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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