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혈액검사가 정상이라도, 비만 자체가 보내는 신호는 따로 있다
소아과에서 피 뽑고 나오는 아이 손등에 동그란 반창고가 붙어 있다.
결과지를 받아 든다.
수치는 다 정상이다.
그 순간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아직은 괜찮구나.'
나도 그랬다.
아이 체중이 또래보다 많이 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검사 결과가 깨끗하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혈압 정상, 혈당 정상, 간 수치 정상.
숫자가 주는 안도감은 꽤 단단하다.
그런데 그 안도감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비만 치료를 받던 7세에서 17세 아이 7,200여 명을 30세까지 따라갔다.
혈압도, 간 수치도, 혈중 지방도 전부 정상이었던 아이들.
의학적으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이라고 불리는 그룹이다.
그 아이들이 30세가 됐을 때, 열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제2형 당뇨병에 걸렸다.
9%다.
같은 나이 일반 인구에서는 0.5%였다.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아이의 몸은 한동안 버틴다.
과도한 체중이 주는 부담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버팀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이 연구는 18년이라는 시간으로 증명했다.
공동저자 에밀리아 하그만 부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심장이나 대사 쪽에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비만 아동도 미래 질병 위험이 분명히 높다고.
그런데 이 연구에는 다른 면도 있다.
소아기에 1년 넘게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바꾸고, 실제로 체질량지수가 줄어든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처음 검사 결과가 좋았든 나빴든, 효과는 같았다.
냉장고 문을 열 때 습관처럼 집는 것들을 한 번 바꿔보는 일.
방과 후 소파 대신 운동화를 신기는 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아이의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그건 나쁜 소식이 아니라 아직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판단은 혼자 하기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함께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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