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뒤, 화장실에서 멈춘 사람

장거리 러너의 ‘출혈’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

by 전의혁

아침 러닝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는다.


젖은 양말을 벗고, 물 한 컵을 마신 뒤, 화장실로 간다.
그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대충 ‘훈련의 일부’로 정리해 버리는 날이 있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익숙함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이 정도는 다들 겪는다”는 말을 들은 뒤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달리기 후 불편함을, 실력의 대가처럼 받아들이고 있나?


올여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보고된 소규모 전향적 연구는 그 익숙함에 질문을 걸었다.
집중적인 장거리 달리기가 대장의 진행성 선종(advanced adenomas, AAs)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 러닝 인구집단을 위한 정교한 선별검사 전략과, 병리학적·역학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달리기의 ‘자랑’ 옆에, 대장내시경이라는 단어가 놓였다.


20251222 _ 마라톤 러너 대장암 위험, 선종 15% 왜 주목하나 _ 2.png


현재 출판 심사 중인 연구(NCT 05419531)는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러너 100명의 대장내시경 결과를 분석했다.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5~50세가 참여했고, 중앙값 연령은 42.5세였다. 여성 55명, 남성 45명이었다.
모두 등록된 울트라마라톤(50 km 이상) 2회 이상 또는 등록된 마라톤(26.2마일) 5회 이상을 완주한 사람들이었다. 염증성 장질환,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린치 증후군은 알려져 있거나 의심되면 제외됐다.


결과는 숫자로 단단했다.
거의 절반에서 용종이 발견됐고, 15%(95% 신뢰구간[CI], 7.9-22.4)에서 진행성 선종이 확인됐다.
이 비율은 일반 인구의 40대 후반에서 관찰되는 4.5%~6%보다 높았고, 알래스카 원주민에서 보고된 12%보다도 높았다.


“아무도 암은 없었다”는 문장도 같이 있었다.
이 코호트에서 대장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진행성 선종이 15%”라는 문장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게 남는다.


이 연구의 시작에는 개인적인 장면이 있었다.
미국 이노바 샤르 암 연구소의 종양학자 티모시 L. 캐넌 박사는 극한의 지구력 운동선수 3명이 40세 이전에 4기 대장암을 진단받은 뒤, 연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 중 최소 2명은 장거리 달리기 후 출혈이 흔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정상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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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을 ‘러너의 일상’으로 두면, 질문은 사라진다.


캐넌은 떠올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허혈과 러너스 대장염이 유발하는 염증, 세포 회전을 언급했다.
러너스 대장염은 ‘트로츠(trots)’로도 불리며, 허혈이나 기계적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군에 대한 불리한 영향과 관련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기전은 지금 분명히 답할 수 없는 “거대한 질문”이라고 말했고, 무질서한 세포 회전과 돌연변이 유발을 상상한다고 덧붙이면서도 과도한 단순화일 수 있고, 아예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선을 그었다. 저자들도 장 허혈이 발암과 연결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몸이 보내는 신호는 있었다.
캐넌은 참가자의 30%가 운동 후 직장 출혈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진행성 선종이 있는 사람에서 출혈이 더 흔했다. 53% 대 22%였다. 다만 진행성 선종이 있어도 출혈을 보고하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많았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신호가 없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떠올린다.
있어도 지나치고, 없어도 안심해 버리기 쉽다.


이 연구는 곧장 반론도 만났다.
인디애나대학교 인디애나폴리스의 토머스 F. 임페리알레 박사는 흥미롭고 도발적이라면서도, 비교 기준 1.2%가 25년 전 데이터라는 점을 지적하며 동시점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마라톤은 뛰지 않지만 운동은 하는 대조군이 없다는 점을 짚었고, 연령과 성별, 인종 또는 민족, 가족력, 식이, 흡연력, BMI 또는 허리둘레, 에탄올 섭취 같은 보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하메드 칼릴리 박사도 표본 크기가 작고 과거 대조라서 표본 추출 문제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하며 매우 예비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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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캐넌의 조언은 단순했다.
러너스 대장염 증상을 양성으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는 것.
달리기 후 출혈을 흑변이나 혈변과 다르게 취급하라는 권고는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두 경우 모두 보통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더 큰 연구가 확인해 준다면, 마라토너에게 특화된 선별검사 권고가 생길 가능성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지금 이 연구만으로는 그만큼 견고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러너의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장 조직의 프로테옴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내가 고르는 건, 기록 하나다.
달리기 후 출혈이나 반복되는 복통이 있었다면 “원래 그런가 보다”로 덮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있었는지 메모해 두는 것.
그리고 그 메모를 들고,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 보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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