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에게 식료품을 '처방'한 병원 이야기
아버지가 퇴원하던 날,
병원에서 받은 건 약 봉투와 식이요법 안내지 한 장이었다.
나트륨을 줄이세요.
채소와 통곡물을 드세요.
가공식품을 피하세요.
차에 아버지를 태우고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를 열었다.
김치 한 통, 고추장,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안내지대로 차리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아버지는 걸음이 불편했고 나는 다음 날 출근이었다.
그날 저녁은 라면이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심부전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환자가 연간 수백만 명이다.
퇴원 직후가 가장 위험한 시기인데,
이때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기가 가장 어렵다.
달라스의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퇴원한 심부전 환자 150명에게 90일 동안 건강한 식품을 배달한 것이다.
2024년 4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이었고,
결과는 《JAMA 카디올로지(JAMA Cardiology)》에 실렸다.
세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영양사가 설계한 완성된 조리식을 받았다.
다른 그룹은 신선한 채소, 과일, 심장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담긴 박스를 레시피와 함께 받았다.
나머지 한 그룹은 식이 상담만 받았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식품 불안정 상태였다.
먹을 게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96%가 90일을 끝까지 버텼다.
배달 완료율도 90%를 넘겼다.
재미있는 건, 환자들이 완성된 조리식보다 농산물 박스를 더 좋아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박스를 받으면 가족과 함께 요리할 수 있었다.
자기 입맛대로, 자기 문화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누군가 차려준 밥보다, 직접 끓인 국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
결과를 말하면, 재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횟수는 줄지 않았다.
90일은 그걸 확인하기엔 짧았을 수 있다.
하지만 식품을 받은 그룹은 삶의 질이 뚜렷하게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몸이 편해졌다고 느꼈다.
매일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심부전을 안고 사는 사람에게 "오늘이 어제보다 낫다"는 감각은 약과 다른 종류의 힘이다.
연구 책임자인 판데이 박사는 이번 시험의 목적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퇴원 직후 식품을 배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환자가 받아들이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답은 둘 다 "그렇다"였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아버지 퇴원 첫날이 생각났다.
냉장고 앞에서 안내지를 들고 멍하게 서 있던 그 저녁.
누군가 채소 한 박스를 문 앞에 놓아줬다면, 라면 대신 된장국이라도 끓였을 것이다.
약을 처방하는 것만큼, 냉장고를 채워주는 것도 치료일 수 있다.
치료나 약 변경은 담당 의사와 먼저 이야기하시길.
[출처]
Pandey A, Keshvani N, Coellar JD, et al. Food Supplementation in Patients Hospitalized for Heart Failure: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Cardiol. Published online April 08, 2026. doi:10.1001/jamacardio.2026.0435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cardiology/article-abstract/2847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