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기름에 젖는다는 것

초가공식품이 허벅지에 남긴 흔적, MRI가 보여줬다

by 전의혁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날이

일주일에 몇 번인지 세어본 적 있는가.


나는 세어봤다.

지난달 기준으로 주 3회.

바쁘니까, 싸니까, 손이 가니까.

그때마다 속이 더부룩한 건 알았지만,

허벅지 근육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20260422 _ 초가공식품, 허벅지 근육에 지방 더 많이 낀다 _ 2-1.png


터키 앙카라대학교와 미국 UCSF 공동 연구팀이 600명 넘는 성인의 허벅지를 MRI로 찍었다.

무릎 골관절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평균 나이는 60세 가까이.

연구팀은 이들의 식단 데이터를 분석하고,

허벅지 근육 10개 부위에 지방이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측정했다.


결과가 꽤 직접적이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허벅지 근육 안에 지방이 더 많이 끼어 있었다.

총칼로리를 맞춰도, 전체 지방 섭취량을 보정해도 결과는 같았다.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였다.


20260422 _ 초가공식품, 허벅지 근육에 지방 더 많이 낀다 _ 2-2.png


초가공식품이라 하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있다.

과자, 컵라면, 냉동 피자, 탄산음료, 소시지, 시리얼 바.

성분표에 이름 모를 첨가물이 여러 줄 적힌 것들이다.


근육에 지방이 낀다는 건,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를 떠올리면 된다.

맛있는 소고기와 달리, 사람 근육에 지방이 끼면 힘이 빠진다.

관절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진다.


이 연구에서도 무릎 영상이 안 좋은 사람일수록,

초가공식품과 근육 내 지방의 연관성이 더 강했다.

근육이 무너지면 관절도 같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20260422 _ 초가공식품, 허벅지 근육에 지방 더 많이 낀다 _ 2-3.png


물론 이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한 시점만 본 횡단면 연구라 초가공식품이 지방 침투를 '유발했다'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대상자도 60세 전후 백인 위주였다.

식단은 자가 보고 방식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초가공식품을 줄여야 할 이유 목록에 '근육 질 저하'가 추가됐다.

심장, 혈당, 체중에 이어서.


20260422 _ 초가공식품, 허벅지 근육에 지방 더 많이 낀다 _ 2-4.png


나는 그 기사를 읽고 나서 편의점 도시락 대신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대단한 건 아니다.

달걀 두 개, 당근 반 개, 밥 한 공기.


근육을 지키는 일이 헬스장에서만 시작되는 건 아닐 것이다.

냉장고 안을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출처]

Akkaya Z, Joseph GB, Ziegeler K, Sims WM, Lynch JA, Kreutzinger V, et al. Ultra-processed Foods and Muscle Fat Infiltration at Thigh MRI: Data from the Osteoarthritis Initiative. Radiology. 2026;319(1):e251129. doi:10.1148/radiol.251129.

https://doi.org/10.1148/radiol.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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