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달력 옆에 적힌 접종 날짜

임신 중 선택이 ‘조산’ 위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가 남긴 숫자들

by 전의혁

약국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지금 맞아도 괜찮을까요”다.
진열대 위 엽산과 철분 사이로, 접종 안내문을 한 번 더 읽어 내려가는 손이 보인다.
그 손끝에는 늘 같은 마음이 묻어 있다.


그건 망설임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혹시라도’라는 단어가 머리에 붙는 시기에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진료 예약 앱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비슷한 마음을 겪고 있나?


임신은 몸이 두 사람 몫으로 일하는 시간이다.


새롭게 발표된 ‘미국의사협회지’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임신 전에 또는 임신 중에 코로나 백신을 맞은 임신한 사람들은 중증 COVID-19에 걸리거나 조산으로 출산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더 낮았다.
이 연구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캐나다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임신한 사람과 영아를 추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총 26,584건 중 19,899건이 분석에 포함됐고, 델타 유행기와 오미크론 변이 유행기로 나눠 결과를 봤다.


20251228 _ 임신 COVID-19 백신, 조산·중증 위험 낮춘다 _ 2.png


숫자는 차갑지만, 의미는 꽤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감염 시점에 미접종이었던 사람보다 입원 가능성이 약 60% 낮았고,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은 90% 낮았다.
또한 저자들은 임신 전 접종보다 임신 중 접종을 받은 경우에서 조산과 사산 비율 감소 폭이 더 컸다고 관찰했다.
“적시에 접종하는 것”이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 이점이 크다는 해석이 여기서 나온다.


연구의 상세 수치는 더 구체적이다.
입원 위험은 델타 시기와 오미크론 시기 모두에서 상대위험도(RR) 0.38로 보고됐는데, 쉽게 말하면 같은 조건에서 입원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중환자실 입원도 두 시기 모두 RR 0.10으로 제시됐다.
조산은 델타 시기 RR 0.80, 오미크론 시기 RR 0.64로, 두 유행기 모두에서 더 낮은 위험과 연결됐다.


‘기저질환이 있으면 어떡하나’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연구진은 동반질환을 통제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백신 접종이 두 변이 시기 모두에서 더 낮은 입원 위험과 연관된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유행기에는 미접종자의 입원에 대한 보정 RR이 2.43, 델타 유행기에는 3.82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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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데보라 머니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백신 접종이 임신한 사람과 아기를 심각한 합병증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근거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가 진화하더라도, 백신 접종은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상당한 이점을 계속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나는 이런 문장을 읽을 때마다, 상담대 위에서 접종 날짜를 조심스럽게 적던 손을 떠올린다.


요즘은 백신 권고를 두고 논쟁도 거세다.
미국에서는 “건강한 어린이와 임신부는 COVID-19 백신 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지침을 둘러싸고 비판과 소송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고 글은 전한다.
논쟁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조용해지고 질문은 더 작아진다.


오늘 내가 권하고 싶은 건 거창한 결론이 아니다.
다음 진료 날짜를 적을 때, 접종 일정도 같은 칸에 함께 적어보는 것.


그리고 그 칸을 채우기 전에는, 의료 제공자나 약사와 한 번 더 상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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