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우울의 일부 증상, 수십 년 뒤 치매 위험과 훨씬 더 강하게 연결
괜찮다고 말했는데, 목소리가 먼저 내려앉는 날이 있다.
12월 어느 오후, 약국 카운터 위에 처방전이 쌓이고 나는 펜 끝을 만지작거린다.
손끝은 차가운데 머리는 더디게 돌아간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이 아니라 뇌가 먼저 지친 신호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나” 같은 생각이 들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바쁘게 살면서도, 자신감이 먼저 꺾이는 순간이 있나.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약 5,7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처럼 인지 기능과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신경학적 상태를 아우르는 말이다.
치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연구자들은 유전, 환경 요인, 특정 생활습관 선택, 그리고 특정 건강 상태 같은 위험 요인을 하나씩 확인해 왔다.
그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중년기의 우울증이다.
《랜싯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y)》에 실린 새 연구는 그 우울을 “진단명”으로만 보지 않았다.
1985년에 시작된 화이트홀 II 연구에서 평균 연령 55세인 중년 성인 5,800명 이상의 데이터를 들여다봤고, 1997~1999년에 우울 증상을 평가한 뒤 2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종료 시점에 중년기에 우울 증상이 5개 이상이었던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7% 더 높았다.
우울증이라는 이름보다, 증상이 더 많은 말을 했다.
연구자들이 더 깊이 들여다보니 위험의 대부분은 모든 증상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았다.
치매 위험 증가와 더 연결돼 보인 건 ‘특정한 6가지’였다.
제1저자 필립 프랭크 박사는 “27%라는 수치는 연관을 보여주지만, 전체 이야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6가지는 이렇게 묘사됐다.
집중하기 어렵고, 자신감이 흔들리고, 늘 긴장한 느낌이 이어졌다.
문제에 맞설 수 없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에 대한 온기와 애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으며, 과제가 수행되는 방식에 만족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눈에 띈 두 가지가 있었다.
자신감 상실과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움은 치매 위험이 거의 50% 증가하는 것과 연관돼 있었다.
Frank는 이런 증상들이 치매 진단 훨씬 이전의 초기 표지일 수 있다고 봤다.
모든 우울이 같은 무게로 미래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일상 진료에서도 흔한 우울한 기분이나 수면 장애는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감, 대처, 사회적 연결의 손상, 그리고 지속적인 긴장감이 더 관련돼 보였다.
그는 “포괄적인 라벨에서 벗어나 특정 증상에 대한 더 의미 있는 대화로 나아가면, 환자를 안심시키는 길도 열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리처드 A. 버뮤데스 박사는 정신 건강과 뇌 건강의 연결을 강조했다.
누군가 “집중이 안 돼요” “자신감이 없어졌어요”라고 말할 때, 그는 그것을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최상의 기능을 내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본다고 했다.
20년이 넘는 추적 관찰 자체가 이 결과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인의학 전문의 카말 와글레 박사는 첫 반응을 “낙관적 신중함”이라고 표현했다.
증상 수준에서 6가지 군집을 찾아낸 건 한 걸음 전진이지만, 더 다양한 집단에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고 이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실제로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도 더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내 마음을 ‘진단명’으로 붙잡기보다, 내가 자주 넘어지는 지점을 조용히 표시해 보면 어떨까.
특히 “자신감이 사라진다” “문제에 맞설 힘이 없다”는 감각이 반복될 때는, 혼자 견디는 방식 말고 다른 선택지도 떠올려보자.
치료나 약물, 검사에 관한 결정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