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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나른다, 성을 쌓는다

- 느린 걸음으로 -

by 산들바람
돌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성을 쌓는 사람이 발전하고 성장한다.


돌을 나른다.

성을 쌓는다.

사람이 하는 같은 행위를 다르게 말한 것이다.

사람이 돌을 나르는 행위는 단순히 행위만을 말한다

성을 쌓는 의미를 위해서 돌을 나르는 행위가 필요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욕구나 필요에 의한 사람의 어떤 행위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하는 행위에 우리는 주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아야 비로소 '아하'의 순간을 맞는다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어떤 거대한 행위라도 단지수많은 돌을 나르는 반복적 일상에 불과하다.

아무리 작은 행위에도 그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의미를 찾는다면, 이미 행위자는 몰입을 하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은 자신 스스로의미를 부여했기에 나오는 선물과 같은 것은 아닐까싶다.

수많은 날들을 살았어도 의미를 갖는 짧은 순간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내내 마음에 길게 남았고,

수많은 장소를 다녔어도 의미를 갖는 단 하나의 장면이 시간의 점(spot)으로 남아 어느 날 갑자기 그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의식의 본질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대부분의 사람이 빠져있는 환상이나 망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나에게는 변화가 찾아왔다.

그 하나는 내 안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별게 없어서 실망이긴 하다. 나의개인적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게 별로 없다. 의식의 본질은 그나마의 경험을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과정이기에, 글을 쓰는 동안 그러한 과정 자체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글을 쓰는 일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길 위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독서와 여행, 만남 등의 구체적인 행위들로 습관과 기억 체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의 수많은 시선과 의미와, 해석을 접한다. 작가들의 일상과 인식의 세계와, 문화적 향연을 상상력으로 함께 누린다. 책을 권하면 그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면 같이 산책을 하고, 그림을 권하면 같이 감상한다. 사진속으로 빠져들어 그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눈이 나의 눈이 되어 의미를 찾기도 한다.


글을 읽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글을 천천히 읽는다. 쓰기 위해서 글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글을 메모하면서 읽는다.

글을 쓴다는 행위로 나의 의식과 행위가 달라진 모습이다.

주말 일상에는 브런치 안에서 나를 만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나의 의식은 무한히 바쁘다.

이런 변화는 결국 나의 모든 일상과 행위에 대해서 돌을 나르는 것에서 성을 쌓는 것으로 나아온 것은 아닐까 조금 거창한 듯한 의미를 부여해 본다.


책을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친다.

지인이 선물한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내면 - 소통은 내면, 곧 나 혼자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고, 중얼대는 소통을 말한다.혼자 자신과 소통하며 그 결과로 의견과 생각이 드러나고, 의사결정을 하며, 의식하고, 기억하게 된다.때로는 나를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 무의식적인 추론의 습관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 무의식적 추론 습관이 잘못된 것을 바꿔나가야 한다. 마음에도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위 <그림>처럼 '소통'이라는 개념은 생각과 감정과 의도에 관해 나를 알아채고, 타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자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나'라는 개념이 생기려면, '너'라는 개념도 동시에 생겨야 한다. 그러면 나는 누구일까?

내(I)가 생각하는 나 자신(me)이란 타자와 상호작용한 결과로써 일반화된 타자다(me=generalized other). 내 안에는 살면서 경험한 수많은 '다른 사람'이 들어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산물이 '나'이다.


결국 '나'는 단독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관계에서 '나'를 이루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와 타인은 세상일을 하거나, 경험한다. 그 일이 나를 있게 한다. 그러므로 '나'의 존재는 나의 일에 대해서 내가 스스로 내리는 '의미'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신체 근육과 마음 근력

최근 러너(runner)들이 많아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트래킹 길을 따라서 러너 그룹이 함께 달린다. 그들의 심장이 뛰고, 다리 근육이 단단해질 것이다. 함께 뛰는 러너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 근력도 키울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원시 시대의 뇌 활동으로 있지도 않은 맹수의 공격과 같은 위기상황을인식하는 편도체 중심의 신경망에 의해 두려움, 공포, 분노를 느낀다. 스트레스 상황을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다.

김주환 저자는 전전두피질의 평화 안정을 찾아가는 뇌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 명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몸에서는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 훈련, 마음으로는 전전두피 질를 활성화시키는 훈련이 조용한 명상이다.

마음에도 근력이 붙이는 훈련이 나에게는 명상과 같이 깊이 들여다보는 책과 함께 하는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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