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에게 시는 빵이다.

- 느린 마음으로

by 산들바람
다운로드.jpg

갈라지고 여위어

모래 사막을 건너가는 아침에는

촉촉한 냄새를 풍기는

소금빵, 단팥빵, 바게트가 먹고 싶다.


나에게 시는 소금빵이다.

순수하고 담백한 언어의 재료를 섞어

가느다란 체에 거르고

힘찬 팔뚝의 힘으로 치대고

이스트로 공기를 넣었다가 빼고

뜨거운 오븐 속의 열기로

부드러운 버터가 녹아들면서

세 조각 소금을 얹어놓았어도

그 사막 소금마저 달콤하다.


나에게 시는 단팥빵이다.

촉촉한 겉껍질을 한 입 베어 물고

비운 듯 채워진 부드러운 속살의

달콤한 팥앙금으로

나를 웃음 짓게 하는

은밀한 속삭임이다.


나에게 시는 바게트이다.

이른 아침 들려오는 새소리에

어제의 메마른 삶을 건너와

싱싱하게 돋아나는 잎들을 가슴에 매달 듯이

바게트 한 조각을 구우면서

오늘의 일상을 선물처럼 건너간다.


나에게 시는,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빵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물 웅덩이 그리고 부엌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