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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궁금해?!

- 마음 풍경 -

by 산들바람

갑자기 편의점을 갈 일이 생겼다.

올 겨울 가장 최강의 한파로 날이 무척 추워서 나가고 싶지 않은데, 급하게 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편의점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서길 몇 번 망설였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편의점으로 나가야 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먼저 할까 생각하다, 편의점부터 다녀왔다. 왜냐하면 그게 하기 싫은 일이니까..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하기 싫은 일부터 해치운다. 생각해 보니, 학생으로 공부할 때는 지독하게 하기 싫은 과목, 수학부터(ㅋㅋ) 먼저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좋을 것을 뒤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은 잠시 후 만날 기쁨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겨울 길거리에서는 붕어빵을 굽는다. 냄새에 끌려서그 앞을 어떤 때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팥이 들어간 붕어빵을 사 먹는 것은 추운 겨울의 낭만이다. 일요일 산책길에 만난 붕어빵을 마침내 영접하고, 호호 불면서 그 자리에 서서 한입 베어 물었다. 나는 붕어의 머리부터 먹는다. 꼬리의 바삭한 부분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부분은 뒤로 남겨놓고 먹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심리가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을까? 나를 내가 궁금해졌다.


탁월해지고 싶다면 '기본'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기본 중의 기본은 자신을 궁금해하는 일이다.

- 최진석, 철학자의 공책 -


그래서 찾아봤다.

붕어빵의 머리부터 먹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 출처 울산 플래닛


만약 누군가 나에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있습니다.뭐부터 들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쁜 일부터 듣고 싶다. 만회의 심리학-나이토 요시히토의 글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해야 할 때는 반대로 좋은 일부터 말하는 경우가 살짝 더 많았다고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처럼 말을 할 때도 나쁜 일부터 먼저 말을 꺼내야 맞는 것이었다.

'왜 내가 나를 궁금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실험이었다.

나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출발이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좋은 일을 뒤로 듣고 싶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때도 나쁜 일부터 말해야 하는 거다.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순간이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신선한 충격이다.

나는 두려움이 많고, 남을 의식하며, 말 한마디도 용기 있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 모습이 내가 아니라는 듯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때가 있다.

그런 때는 나도 깜짝 놀란다. 내 모습이 생소하게 다가오는 그날, 있었던 상황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나를 발견한 느낌에 가슴이 벅차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벗어나 멀찌감치 떨어져 성숙한 나를 생소하게 바라보게 된다.

타인이 간혹 나를 칭찬하는 말을 하면, 순간 어쩔 줄 모르고 온갖 머릿속 생각이 우후죽순 들어온다.


내 안의 어리숙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떨쳐내는 순간의 나를 발견하면 나는 스스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했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이렇게 잘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네' 기분 좋은 칭찬을 혼자 웃으면서 마음껏 퍼붓는다.


철학자의 공책(최진석)을 펼치고 필사를 하고 있다.

92세가 되신 아버지가 날마다 책상에 앉아서 뭐든 적는 시간을 하루에 몇 시간씩 하신다.

나는 아버지에게 모나미 볼펜 3타스와 필사책 여러 권을 선물로 보내드렸다. 그중 한 권이 이 책이다.

나도 한 권 더 주문해서 필사에 들어갔다. 영어 성경책을 7년간에 걸쳐서 필사를 끝낸 이후 처음이다

첫 챕터는 질문 - 자신에 집중하는 연습이다.

왜 첫 번째 챕터에 이 주제에 대해서 필사해보록 공책을 집필하셨는지 바로 알았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자기 자신이다.
德不孤, 必有隣 공자의 말처럼,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함께 하는 이웃이 있다. 그러나 친구를 기다리지는 말라. 우선 자기가 자기에게 친구이면 충분하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답다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지 말고
나의 눈으로 나를 볼 때 당당한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궁금해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배려하고, 보살피며, 긴장감 있게 바라보는 것,
바로 자기 존재에 관심을 두는 일이
내 안에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살려내는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꾹꾹 연필로 눌러 적어가면서 새삼 나를 궁금해하는나를 칭찬했다.

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나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더 철학적인 것이 있을까?


요즘 하루종일 집안에 있으면서 심심하지 않다.

책상에 앉아 브런치스토리로 나를 만나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나다.

나와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다.

나를 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고마워, 나, 친구야!!

잘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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