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풍경 -
어떤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는 날.
그 사람은 온 우주를 끌고 오는 것이리라.
이제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아니다.
바로 그 사람, 곧 누구인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서로'의 이름과 호칭을 부른다. 의미를 가진 존재로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어느 날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람과 함께 걱정, 분노, 좌절로 흔들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내 곁의 어떤 한 사람은 나를 뒤흔들 엄청난 힘을 갖기도 하는 '아는 사람'이 된다.
사람을 가까이 하기는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고도 한다. (우울증의 어느 선생님이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무서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 옆에 누가 있는가?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가?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학교의 시간, 2월.
매일 일상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비운 자리를 채운다.
채워지는 사람들과 이제 앞으로 어떻게 시간이 흐를 것인지를 의미하는 2월이다.
하루는 길고, 인생은 짧다.
하루를 지나면서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뒤로 보내가면서 흘러갈 것인가?
그 수많은 이야기를 건너야 일 년이 지나간다.
학교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학생
교사
동료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계'이다.
관계 속에서 '수업'을 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사람을 만나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학교에서 지내온 시간이 37년이 흘렀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로 아마도 수만 명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교직 여정이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만남은 이별과 함께 온다. 이별은 만남과 함께 온다.
지금의 2월은 이별이 먼저다. 떠나보낸 후 새로운 만남은 나중에 온다.
2024년에 함께 했던 몇 사람들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이별을 맞이하자마자, 2025년에 함께 할 사람들이 학교로 오셨다.
서운한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었는데, 곧바로 서먹한 마음이 들어온다.
마음이 정리될 시간을 주지 않는 2월이 참 뒤숭숭할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어제 처음 만났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로 살아온 사람일까?
많이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짐작할 뿐이다.
그 짐작이란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나중에야 깨닫는 경우도 많았다.
일상을 매일 함께 할 그들은 또한 어떤 생각과 어떤 삶의 이야기를 담고 왔을지 알 수도 없다.
차 한잔과 서로의 시간을 덜어내 마음과 생각을 열어보는 의도적인 만남이 일보다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을 '그냥 보려고..'라고 한다.
신비감이 존재감으로 바뀌는 어떤 계기가 나중에 올 것이다
그때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 된다.
한 사람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거나, 미리 짐작하거나, 미리 해석하지 않으려 한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알아가면 된다고 사람이 걱정되는 지금 가져야 할 마음이다.
'내 옆에 누가 있는가?'는 '나는 어떤 사람을 끌어당기는가?'를 의미한다.
함께 하는 학교 안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이곳을 떠나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 사람의 일상이 행복해지는 것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진리만큼
이 또한 모두 각자의 삶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