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위해서 산다.

-마음 풍경-

by 산들바람

잠들지 못한 불면증이 선물로 나를 가르쳤다.

몸이 먼저였다.

몸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몸은 목적격을 동반하는 주격이었다. 목적이 사라지면 몸도 정신이 없다. 몸을 위해서 정신이 동원되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 그리고 내가 하는 움직임.

나는 나를 지금도 만들고 있다.


몸을 위해서 오늘의 나를 돌아본다.

나는 게을렀다.

운동하기 싫었고, 식사도 거칠었고, 심지어 화장실 가기 귀찮아 물도 마시지 않았다.

요가, 수영, PT 등록을 권장받았다. 해야 된다는 절박함이 없으니 마음 저항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간과 장소에 매여하는 운동은 스트레스였다. 산책과 가끔의 산행이 전부였다.

나를 돌보기 보다 다른 무엇에 포커스를 맞췄다. 목적이 되는 몸으로 태어난 인생의 당연함을 잊고 있었다. 먹어야 할 음식보다 먹고 싶거나, 남겨진 음식을 먹었다. 신선하고 몸이 원하는 음식보다 배고픔을 느끼지 않으려 먹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음식을 후다닥 만들었다. 몸을 보살피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없었다. 단백질 섭취보다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이 굳어졌다. 탄수화물은 탄수화물을 부르고, 맛이 있으니 되었다. 몸이 필요한 것으로 먹여주질 않고 있었다.


불면의 고통으로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처방하는 온갖 영양제, 보조제, 수면제, 공황장애 약까지 털어 넣었다.

일단 자야 한다는 압박 자체가 더 힘들게 짓눌렀다.

결단을 해야 했다.

약 의존성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자.

잠들려고 하지 말고, 잠을 자려고 하지 말자.

약으로 몸을 채우려 하지 말고, 지금까지 먹은 약물들을 몸에서 지워나가자. 당장 약통을 버리면서 두려웠다.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밤이 무서울 텐데 무너지지 않을까?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뒤로 물러설 길이 없다.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몸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 1) 아침에 일어나면 뛰어라.

뛰어야 산다. 살기 위해 뛰어야 한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의식이 깨어있던 괴로운 밤이었어도 아침은 온다.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서서히 하늘이 밝아지는 것은 차라리 절망에 가깝다. 그런 날 아침이면 몸이 무겁고, 정신은 더 무겁다. 아침에 가라앉아 있으면 무엇하리오? 일단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은 저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뛰거나, 걷고, 자전거를 타고, 모여서 에어로빅을 하고, 체조도 한다. 나만 안 하고 있었다. 많이 못가도 좋다고 나를

달랬다. 숨이 헉헉 차고 다리가 무거워도 저기까지만 뛴다고 생각하니, 할만했다. 그래봐야 기껏 10분 뛴다. 걷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뛴다. 뛰다 걷다 뛰다 걷는다. 30분을 그렇게 아침을 뛰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몸의 숙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못 자도 괜찮아. 오늘 러닝 운동을 했으니..’ 나를 달랜다.


(명령 2) 탄수화물을 제한하라.

아침에는 잎채소, 오이, 당근, 파프리카를 썰어서 발사믹을 끼얹어 먹는다. 토마토주스를 갈아 마시고, 견과류를 먹는다. 피칸, 호두, 아몬드, 마카다미아 종류별로 먹는다. 무가당 그릭요구르트를 빼놓지 않는다. 점심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 식판에 음식을 담을 때는 밥의 양을 줄인다. 반찬 위주로 먹는다 냉장고에 밑반찬을 쟁여놓지 않고 저녁은 밥, 국, 반찬을 늘어놓고 먹기보다는 소박한 한 그릇 음식을 준비해서 먹는다.


(명령 3) 천천히 음미하자.

뭐든 빨리 끝내버리는 습관을 바꿔보려고 한다. 마음속으로 나에게 명령한다. ‘천천히 해. 뭐가 그리 바쁜 거야 ‘ 정신없이 나를 몰아세우지 않기로 한다.

뜨거운 차도 후루룩 마시고, 밥도 누가 쫓아오듯이 먹는 습성을 조금씩 바꿔보려 한다.

근무 시간에 주로 몸에 좋은 차를 우려서 조금씩 그 향을 음미하면서 하루 종일 천천히 마신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다.


(명령 4) 눈을 혹사하지 말고 귀로 듣자.

아침에 눈 뜨면 TV 켜고 간 밤의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어지럽다. 보던 TV를 끄고 듣기 위해 아날로그 라디오를 들여왔다. 아침에 일어나 FM 라디오를 켠다. 24 시간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다.

클래식 음악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하루 시작은 그저 담백하다.

세상의 온갖 일들을 보거나 듣지 않아도 살아진다.

지금은 나를 돌볼 때다.

저녁에는 호흡 명상을 따라 하고, 432hz 치유음악도 듣는다. 하루의 끝도 담백하다.


(명령 5) 매일 내 몸을 살펴보자.

거울 앞에 내 몸을 비춰 몸의 변화를 살피려 한다. 피하지방과 복부지방이 차지한 몸의 문제를 찾으려 한다. 더 이상 현실을 도피할 수 없다. 어떤 옷을 입을지 관심이 없었다. 몸을 위해서 여름옷을 몇 벌 구입했다. 여름에 살랑이는 옷을 준비하고 나니, 여름마저 고맙다. 체온이 높아지는 여름이니, 손발이 차갑지 않아 괜찮다. 가능한 예쁜 옷을 입어야겠다. 보고 싶지 않은 거울을 보기 위해서다. 거울을 본다. 나는 나를 위해 멋진 옷을 입혀줘야겠다.


(명령 6) 몸의 독소를 빼자.

chat GPT에게 물었다. 몸에 좋다고 먹었던 여러 영양제와 약들의 부작용에 대해서. 의사도 설명해주지 않는 많은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아, 풍족이 결핍보다 못했구나’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던 시간으로. 디톡스로 가보자. 필라테스로 몸의 순환과 폼롤러로 림프구를 자극하여 쌓인 독소를 빼자. 땀으로 흘려 내보내기 위해 개똥쑥효소방, 숯가마를 한여름에 찾아간다. 땀을 너무 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금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9번 구운 죽염소금을 구해서 수시로 체액의 수분을 보충한다.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 특히 아침에는 물 800ml를 죽염을 녹여서 집중적으로 마신다. 주말은 온전히 몸을 돌본다.


책을 한 줄도 못 읽어도, 글을 한 줄도 못 써도 나는 몸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내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세심하게 듣는다.

내 몸의 이야기를 짓는다.

몸의 이야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 졸음이 쏟아진다.

졸리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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