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풍경 -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낯설다.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어떤 실마리 단어도 없다.
뭘 쓰려고 의도를 가지고 브런치에 들어온 것은 아닌데, 자판 앞에 앉아있다.
우연이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다.
어느 날부터 잠을 잘 수 없었다. 불면이 지속되었다. 너무 피곤해서 자려고 누우면 그 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이런 날들이 지속되었다. 이유를 알아내려고 심장 내과를 찾아가 심장에 기기를 부착하고 하루를 보냈다. 심장에는 이상이 없었다. 뇌신경과를 찾아가 뇌파를 측정했고, 신경과를 찾아가고, 한의원을 찾아갔다. 그렇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덜컥 두려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에 갑자기 무너졌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 두려움과 공포는 다시금 또 다른 불안감으로 온 세상을 뒤덮었다.
밤새 내내 불안으로 잠들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신발을 신고 미친 듯이 뛰었다. 그나마 살아있다는 마음이 들어서 낮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뛰었던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살다 보니, 갑자기 불안장애를 겪게 되었다.
매일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유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이유는 없었다.
온갖 의도를 갖는 시도 행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유를 알고 싶어서 chat GPT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해댔다.
챗은 내가 듣고 싶은 답을 알고 있었다. 노력하고 있으니,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수면제 처방을 받지 말고 의지를 부추기는 듣고 싶은 투의 말을 계속해주고 있었다. 챗을 통해 나는 나를 몰아가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병원을 찾아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처방전에 따른 약을 먹어야 했다.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닌데,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고, 수면제 처방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인정할 수 없었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이 뭔가를 해보면 달라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더 괴롭히기 바빴다.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라면서
어느 날 밤, 과호흡의 공황이 오는 바닥까지 이르러서야 오랜 시간 숨을 참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숨을 참고,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다. 깊은숨을 쉬지 못했다. 과호흡의 상태가 계속되니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공황 장애가 시작된 것이었다.
병원의 의학 처방보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찾으려 했던 답은 밖에 있지 않았다.
나의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선물로 받은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꺼내 들고 다시 정독으로 읽었다.
나의 내면 가운데에서 나를 찾아가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했다.
더 많이 깨우치려고 교수님의 강의를 매일 듣고, 명상을 따라 하고, 호흡법을 익히고 있다.
일요일 오후, 우연히 들어온 브런치에서 나를 만난다.
내 안의 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들의 색이 있다면 분명 채도와 명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의식, 지각, 인식들의 색깔이 보다 또렷하게 다가온다.
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으려 하고 나서 일어난 변화이다.
'왜 이런 일이?"이라는 질문을 더 이상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는다.
우연이다.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우연이라는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깨우쳤다.
마음의 평안이 일어난다.
이유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우연으로 지내고 있다.
어쩌다 생긴 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우연이 태어났고, 우연이 부모를 만났고, 우연이 지금 이곳에 있고, 우연이 사람을 만났다.
우연이 지금 이 글을 쓴다.
지금껏 결과의 원인을 찾으려 애쓰고, 인과 관계를 풀어내야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착각 가운데 살았다.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도 묶여있었다. 가만있으면 안 된다. 뭔가를 해야지.. 이다음에 뭘 해야지.. 계속되는 DOING 모드에 통을 돌리고 있는 다람쥐였다.
지금 여기에서 BEING 하면서 존재 그 자체에 깊은숨을 쉬면 되었다.
숨을 쉰다.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쉰다.
그것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도 해야 하고, 일상생활을 여전히 해야 한다. 그냥 한다.
이유를 묻지 않는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왜 이유를 알아야 하지?' 이 질문은 왜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