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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Sep 26. 2023

어른이들의 감정싸움

중재 좀 해주세요

  최근 우리 부장이 앉아서 마카롱 2개를 까먹을 만큼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회사 앞을 지켜주는 분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부터 일은 시작되었다. 근무시간을 세 분이서 나눠 3시간씩 맡아 회사 앞을 지켜주시는 업무를 하시는데, 그중 한 분이 계약을 하고 난 2주 뒤부터 바로 2시간밖에 일을 못한다고 말을 하였다. 그래서 부장은 상반기 초부터 그분의 편의를 봐주게 되었고, 하반기가 시작된 지금까지 별일 없이 시간은 흘러왔다.

편의를 봐준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얘기를 다 들어준 게 문제였을까?

하반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더 지났을 때인가, 한 분의 편의를 봐주고 있단 사실을 다른 두 분이 알게 되었고, 자기들끼리 합의점을 못 찾아 부장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두 분이 말하길을, 그 한 분의 편의를 봐준 그 시간의 값을 우리에게 배상해 주거나 그분이 일한 만큼의 대가만을 받게 하라였다. 부장은 회사 앞 그분들이 계시는 장소까지 며칠 동안 왔다 갔다 하고, 그분들의 전화를 받고, 톡을 나누며 하소연을 다 들어주었다. 부장은 지금까지 지급된 것에 대해선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2시간만 일한 것에 대해 대가를 주기엔 계약 자체를 다시 해야 되기 때문에 그건 안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선 앞으로 편의 봐줄 그 값을 따로 공금처럼 쓰겠다는 의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부장은 처음부터 편의를 봐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고, 당연히 말이 나올 일이라는 것은 예상했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감정싸움에 휘말려 그분들을 중재할 것이 아닌, 그냥 편의를 봐주었던 것을 지금부터 없애고 계약한 3시간을 일하라고 하면 깔끔히 끝날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해안이랍시고 "그냥 편의 봐줬던 걸 없애고 앞으로 3시간씩 그분이 일하시면 해결될 일 아닐까요?"라고 던졌다. 부장은 내 의견을 수렴하여 그분들에게 전달했고, 결국 이번 일은 일단락이 된 듯싶다.


그들의 감정 골이 깊어진 이유는 편의를 받고 있던 사람이 남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지 못한 행동 때문이었고, 결국 남은 사람들은 서운함을 느껴 치졸하게 돈으로 갚으라는 행태를 보이게 된 것이다. 어른이들의 감정싸움이 이런 걸까 싶었다. 생각보다 여유와 배려는 없었고 더 유치했고, 예민한 모습이었다. 나이가 50대인 서로 아는 분들끼리 부장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말을 전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이번 상황을 겪어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들이 어쩌면 솔직하게 자기 의견 다 전달하는 어린이들보다 못난 면이 있구나 깨달았다. 본인들이 직접 치졸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할 것 같으니, 나이 어린 부장을 가운데 두고 저렇게 오라 가라 하며 결론 지어 통보하는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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