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남기는 부자의 태도(3)
요즘 우리 딸이 책 좀 본다. 아빠가 퇴근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문제집을 풀더라. 심지어 새벽에 화장실을 가는데 방문 밑으로 불빛이 새어 들어오더라고. 이번 방학에 공부습관을 잡아 놓는 게 네 엄마 목표였는데 진짜 그렇게 되어가고 있나 봐.
그래서 어제 아빠가 너희 모녀에게 마사지를 해준 거란다. 옆에서 구경만 하기 민망해서 생각해 낸 거야. 너희들 엄청 시원해하더라. "쪼금만 더. 쪼금만 더." 하면서. 나는 1시간 이상 힘들었다.
네 엄마는 아빠가 해주는 마사지를 엄청 좋아한다. 아빠를 간절히 찾을 때는 뭔가를 지시할 때 아니면 마사지해 달라고 조를 때뿐이라고 보면 된다. 척추측만증이 있고 예민한 성격이라 목과 어깨가 뭉쳐있고 등이 항상 딱딱하다.
신혼 초에는 오히려 반대였다. 아빠가 퇴근 후나 운전할 때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네 엄마가 여기저기 주물러주곤 했어. 그때부터 아빠도 마사지의 맛을 알게 돼서 많이 뻐근하다 싶을 때 동네 사우나에 가서 종종 받았다. 그러고 보니 맛보기만 해주고 평생 부려먹을 네 엄마의 큰 그림이었나?
아빠는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일정 중 하루는 꼭 그 나라 마사지를 받아.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에서도 받아봤어. 어느 나라를 가든 마사지사는 동양인이었고 보통 우리 돈 10만 원이면 1시간 이상 해주더라.
마사지도 많이 받아보니 어느 부위를 어떻게 자극하면 느낌이 좋은지 알겠더라고. 몸에 손대는 방식은 전부 달라도 부위마다 공통적으로 자극하는 지점들이 있거든. 목, 어깨, 등, 허리, 팔,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에 특정 지점을 정해진 깊이까지 건드리면 속근육이 만져져. 거기를 누르거나 문지르면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뭉친 근육이 풀려.
아빠가 마사지 실습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실습 대상은 지금은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였고. 할아버지는 근육통을 달고 사셨고 방에 누워 있는 걸 그렇게 좋아하셨어. 안방에 TV가 있었는데 우리 삼 남매가 TV 좀 보려고 하면 꼭 다리를 두드리라고 하셨어. 너무 귀찮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실 때도 해드렸네. 그때는 새댁이었던 네 엄마도 같이 했단다. 매일 백병원으로 퇴근하다시피 했는데 네 엄마는 이마에 땀까지 맺혀가며 정성껏 하더라. 아빠는 신문 보면서 하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이렇게 네 엄마의 부실한 몸과 여러 나라의 기술 체험과 할아버지의 조기 교육 덕분에 아빠의 마사지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단다.
어깨가 뭉쳐있을 땐 언제든 아빠에게 얘기만 하면 돼. 30분이면 다 풀 수 있어.
그런데 마사지는 효과가 오래 안 가서 미리미리 스트레칭을 해야 통증이 예방된단다. 마사지는 아빠가 해줄 테니까 너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봐.
밤늦게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