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두,《돈워리스쿨》을 읽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24년도 연말정산을 치른 지난 1월 중순경이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연말정산이란 급여소득에서 원천징수한 세액의 과부족을 연말에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에서 1년 동안 간이세액표에 따라 세금을 미리 징수해 걷은 뒤 연말에 이것저것 따져보고 더 걷었으면 환급해 주고, 덜 걷었으면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에 무지렁이인 내가 n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며 연말정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조금 번 사람이 많이 쓰면 많이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 연말정산 서류에서 역대급 환급액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침착하려 애를 썼다. 지난 해를 찬찬히 떠올려 보고, 이사라는 큰 이슈가 있었던 점 또는 그동안은 받지 않았던 월세액 공제를 받게 된 점,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오른 점 등 때문에 환급액이 좀 올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4년도 연말정산 자료에는 이전과 달리 넘 노골적으로, 넘 못되고 심술궂게, 넘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현금영수증] 페이지에 '전년도, 당해년도 연사용금액 합계' 항목이 생겨 있었고, 여기에서 표로 2023년도와 2024년도에 쓴 금액을 적나라하게 비교해 보여 주고 있었다. 현금영수증은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금액은 전년도 대비 각각 약 1천1백만 원과 약 2백만 원이 증가해 있었다. 2023년 대비 연봉이 1천3백만 원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올랐는데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올랐기로서니 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틀림없는 적자였다.
큰 충격에 휩싸인 나는 경각심을 가지고 최소한이라도 경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고, 회사 도서관에 가서 《최소한의 경제공부》를 대출했다. 《최소한의 경제공부》는 경제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임이 분명했지만,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엔 다소 거시적이었다. 별로 최소한도 아니었다. 나는 나의 경제 활동 범위 내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당장 저축 및 투자 행위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미시적인 동시에 생활과 밀착된 지침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돈워리스쿨》로 독서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다.
《돈워리스쿨》은 SBS ‘스브스뉴스’에서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타깃으로 재정 관리의 기초부터 투자, 저축, 금융 상품에 대해 쉽게 풀어 알려주고, 전문가들의 조언과 실제 사례를 제시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들을 제공한다. 물론 2020년도에 쓰였기 때문에 금리나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 등 경제 상황이 현재와 맞지 않은 부분들이 꽤 있었다. 또한 월급 200만 원 정도의 사회 초년생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회 중년생인 나에게 100% 핏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사회 초년생 때부터 이 내용들을 알았더라면 오늘날의 연말정산 결과 서류 앞에서 충격 받은 나와 마주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그 중 그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거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 그래서 내년 연말정산 때는 어떻게 돈워리비해피해질 수 있을지 궁리해 보고자 한다.
신용 카드는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외상으로 지급하는 결제 방식으로, 사용한 카드 대금을 익월에 일괄 정산한다. 그러므로 당장 가진 돈이 없더라도 신용 카드를 이용해 한도 내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금액을 몇 개월로 나누어 지불하는 할부도 가능하며, 카드 상품마다 다르지만 포인트나 할인 등의 혜택도 체크 카드에 비해 크다. 반면 체크 카드는 연결된 계좌에서 결제 즉시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계좌의 잔액이 충분하지 않다면 결제가 불가능하다. 물론 할부도 불가하며, 신용 카드에 비해 혜택도 크지 않다. 대개 소비 습관이 자리 잡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씀씀이가 커질 것이 염려되기도 하고, 신용 카드로 쓰는 돈은 결국 빚이기 때문에 체크 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사회 중년생이기도 하고, 신용 관리 측면에서도 체크 카드만 많이 사용하는 사람보다 신용 카드가 있는데 체크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신용 등급이 더 높다고 한다. 또한 소득의 25% 이상을 탕진하고 있다면(다들 그렇죠?) 신용 카드와 체크 카드를 적절한 비율로 혼용하는 것이 연말정산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총 소득이 25%를 넘는 소비 금액에 대해서 최대 한도 300만 원까지 소득공제가 되는데, 적용되는 공제율에 차이가 있다. 신용 카드는 15%, 체크 카드는 30%의 공제가 적용된다. 그러니까 소득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소득의 25% 이하 범위에서는 각종 혜택이 조금이라도 큰 신용 카드를, 소득공제가 적용된 구간인 25% 이상부터는 소득공제율이 2배 높은 체크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어차피 공제 한도는 300만 원까지이므로, 그 이상부터는 다시 혜택이 큰 신용 카드를 쓰면 된다.
물론 나와 같이 태생적으로 산수에 약한 사람들이 결제 시마다 매번 그 비율을 따져가며 계산하는 것은 정말이지 퉤 공제를 안 받고 말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을 구분해 카드를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대개의 신용 카드 혜택이란 것은 카드사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채워야만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고정 지출을 신용 카드로 결제하여 해당 실적부터 채우고, 이후 금액에 대해 체크 카드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한 상반기에는 신용 카드를 주로 사용하여 25% 먼저 채우고,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체크 카드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매년 하는 연말정산이 매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거기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탓도 있다고 본다. 올해 처음으로 월세에 대한 공제를 받게 된 나는 월세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둘 중 어떤 것이 더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도 손해 보기 싫었던 나는 연말정산 당시에도 두 개념에 대해 꽤 꼼꼼하게 알아보았으나, 이 책에서도 두 개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여기에 정리해 보고자 한다.
① 소득공제
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소득액에 대해 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기 전에 일정 비용을 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을 버는 과정에 필요한 소비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범위를 줄여주는 것이다.
소득공제에는 인적공제, 특별소득공제, 주택담보노후연금이자비용공제, 연금보험료공제, 조세특례제한법상소득공제 등이 포함된다.
② 세액공제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세액 자체를 직접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소득이 적더라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세액공제에는 곤로소득세액공제, 기부금세액공제, 출산·보육세액공제, 주택자금세액공제 등이 포함된다.
대체로 고소득자에게는 소득공제가, 저소득자에게는 세액공제가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경우에는 세액공제가 유리하다는 슬픈 이야기…
채권(債券)은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 기업 등에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자신들의 신용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서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신용의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국채, 공채, 회사채로 분류할 수 있다. 채권 발행자는 만기일에 반드시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은 주식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된다. 정기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금리 변동이 잦은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 위험이 있고, 주식보다는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물론 –xx%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는 내 주식 계좌를 떠올려 본다면 채권 수익이 주식 수익보다 낮다는 것이 모두에게 다 적용되는 법칙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초보 투자자라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서 활용하라고 말한다. 채권 금리는 주식과 달리 경기 침체 시에 하락하고, 활황 시에 상승한다. 이 채권 금리의 큰 흐름을 통해 글로벌 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채권 금리는 사람들의 단순 전망이나 매스컴의 보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거래를 해야 움직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은 지표가 된다. 또한 국가별 국채 금리의 차이가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내 소비 내역을 좀 들여다 봤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 목록을 살펴보고, 이것을 제외한 월소득에 대한 저축 계획을 다시 세웠다. 이 책에 따르면 저축이란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돈을 지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급여 통장에서 일정 금액의 돈을 떼어 놓는 용도로서의 역할도 한다. 내 경우 두 번째가 중요했다. 넓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차를 끄는 것도 아니고, 명품을 사는 것도 아닌데 어디로 새어 나가는지도 알 수 없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적금 계좌도 하나 더 개설했다. 그런 다음 절세를 위한 ISA 계좌를 개설했고, 어떤 그런 흐름을 읽기 위해 채권 공부를 좀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식은 직접 투자에서 적립식 펀드나 식탁 등 간접 투자로 조금씩 옮겨가는 중이다.
내 목표는 재테크를 잘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년 연말정산 때는 올해와 같은 자괴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 탈자괴감을 목표로 이 책에서 배운 전략을 실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