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한 남자

by 집없는 거북이

저는 많이 소극적입니다. 때론 누군가는 이런 저를 소심하다고도 하죠. 하지만 저는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도 대범한 모습이 있습니다. 그저 저는 낯을 가리고, 서투르기에 소극적인 자세를 선호하곤 합니다. 서투른 사람에게 적극적인 태도는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낯을 가리기에 모르는 이에게 저는 쉽게 다가갈 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사람을 좋아하며,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죠. 다만 제가 '먼저' 다가가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저에게 마음을 먼저 열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친구들, 선배들, 동생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마저도요. 아직까지 저는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 있어서 그에 상처를 받지 않았어요, 물론 모든 인연이 행복하기만 했단 것은 아니지만요.

이런 맹물같은 저에게 사랑하는 한 여자가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저와 많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적극적이고, 매력적이며 어딘가 저보다 나은 사람이었죠. 행복했고 저는 이 시간과 이 관계가 영원할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그리 쉽게 놔두지 않더군요. 시간과 함께 그녀의 마음도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어도 그녀에게 저의 외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흘러가버린 마음에겐 귀가 없나봐요. 그렇게 세상이 모두 끝날 줄 알았어요. 그녀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를 아프게한 시간이 저를 다시 낫게 하더라고요. 비록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진 못 했어요. 그러나, 그녀가 다시 저에게서 흘러가버린 저를 찾지 못 하더라고요.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할거 같아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어딘가 부족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와 그녀는 한때 행복했죠. 하지만 그녀는 떠나갔고, 떠나간 그녀를 따라서 그 역시 떠나갔습니다. 그녀와 그가 떠난 자리엔 새로운 한 남자가 남았습니다. 이 새로운 한 남자는 자신의 상처를 핥으며,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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