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없는 거북이 Apr 03. 2019

어떤 플롯

아이러니

등장:

남자 a, 여자 b, 남자 c, 여자 d


남자 a는 여자 b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자 a는 여자 b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지 못한다. 그저 옆에서 바라보고 간혹 무리 중에 섞여서 말을 할 뿐이다. 여자 b는 남자 a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 b도 남자 a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남자 a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싫어하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여자 b는 남자 a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애매한 남자 a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남자 c가 여자 b에 접근한다. 남자 b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남자 c는 이쁘고 모자란 것 없는 여자 b를 쟁취하고자 한다. 남자 c는 남자 a가 여자 b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여자 b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여자 b는 처음에 남자 c의 적극적인 접근에 경계한다. 그리고 남자 a의 대응을 기다린다. 남자 a는 남자 c가 여자 b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자신과 여자 b사이가 멀어지는 것에 위기를 느끼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다. 남자 a는 자신이 남자 c의 여자 b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차단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극적이고 너무나 조심스러웠던 지난 모습을 자책한다. 그렇게 남자 a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여자 b는 남자 a에 대하여 실망하게 된다. 남자 a가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스스로도 자신 없어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여자 b가 남자 a에 실망감을 느끼는 사이 남자 c는 여자 b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남자 c는 여자 b를 유혹하기 위해 평소의 자신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곤 하며 상대방을 속이곤 한다. 그런 남자 c의 행동에 여자 b는 스스로 경계가 약해지고 점차 남자 c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국 여자 b는 남자 c에게 자신의 옆을 허락한다. 남자 a는 멀리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만 본다.

시간이 흘러 여자 b와 남자 c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남자 a에게 들려온다. 그리고 남자 c가 여자 b를 막대하는 모습을 남자 a가 목격한다. 남자 c가 여자 b에게 매몰차게 비난하고 돌아서지만 여자 b는 한 없이 연약한 모습을 보이며 남자 c에게 매달린다. 남자 a는 그런 모습을 보며 속앓이하고 전혀 다가가지 못한다. 과거의 여자 b를 잡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저 바라만 본다. 여자 b와 남자 c는 헤어지지 않고 여자 b는 남자 c에게 매달리기만 한다. 남자 a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감하게 개입할 수 없다.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과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 d가 등장한다. 여자 d는 상당히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지 못 한 섬세함과 조심스러움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남자 a에게 매력을 느낀다. 여자 d는 남자 a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남자 a는 처음에 여자 d의 적극적인 접근이 부담스럽다. 그녀에 대한 좋고 싫은 감정을 떠나 자신과 상대방이 언젠가 상처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여자 d의 적극적임에 뒷걸음친다. 여자 d는 그런 소심한 남자 a가 싫지 않다. 그리고 더욱 자신을 남자 a에게 선보인다. 남자 a는 여자 d가 만들어 놓은 시간을 자연스럽게 여자 d와 공유하게 되면서 여자 d를 관찰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지우지 못한 여자 b에 대한 감정이 그를 제약한다. 여자 d는 남자 a와의 시간 속에서 남자 a가 여자 b에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으며 그로 인해 자신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남자 a에게 그 상태로는 더욱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리고 그것은 타인의 일이므로 본인을 좋아하는 자신을 봐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남자 a는 그런 여자 d에게 당황하지만 결코 여자 d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남자 a는 여자 d와 함께하게 된다.

네 사람은 두 커플로 변화했다. 여자 b와 남자 c의 관계의 비대칭은 아직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심화되어 남자 c가 여자 b를 때린다는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그럼에도 여자 b는 남자 c를 떠나지 못한다. 남자 a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 d를 보며 과거의 미련을 지우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여자 b가 남자 c로부터 벗어나 남자 a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기대했는가? 그런 엔딩은 너무 전형적인 드라마의 해피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욱 위의 플롯과 비슷하다.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결말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누군가는 불행한 현실과 맞서는 것도 현실이다. 위 이야기의 네 사람은 각자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택한 그 선택지를 책임지고 있다. 혹은 누군가 한 사람 안에 저들 중 한 명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도 많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플롯은 드라마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습은 이렇다. 즉 드라마보다 잔인하고 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연애라는 가장 인간적인 주제 안에서도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란 존재가 얼마나 가여운지, 우리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존재인지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 레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