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서울살이를 시작한 이송민입니다
모르는 소리! 저 돈 많아서 자취하는 거 아니에요...
부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송민님의 삶은 안정적이었지만, 특별함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친구와 밤 늦게 통화하는 등 가족과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온전한 자유를 느낄 수 없었던 건데요.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겐 당연한 서울살이와 자취가, 송민님에게 있어 서울살이는 나 혼자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망이자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매일 4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만큼 더 값어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이 같은 목표가 송민님이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를 준다고 합니다.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에서 ‘내돈내산’ 서울살이를 시작한 초보독리버 송민님을 만났습니다. :)
Q. 서울살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11년 중 1년 3개월이 제가 지하철에서 보낸 시간이더라구요!
출퇴근 길이 길었어요. 왕복 3~3시간 반 정도?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지하철에서 지난 10년 동안 내가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지? 핸드폰으로 계산해 봤거든요. 정확하게 11년 중 1년 3개월이 제가 지하철에서 보낸 시간이더라구요. 많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계산해보니 충격적이었어요. 내 젊음이 낭비되는 느낌! 더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서울에, 특히 이 홈즈스튜디오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요. 한 분야에 한정되는 건 아니고 다양한 지역 여행,맛집, 공연, 쇼핑, 독서,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새로운 것들을 다 해보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가족과 경기도 부천에 살다가 공간적으로도 새로운 것을 도전해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해서 집도 도전해보게 되었어요.
Q. 서울에 살면서 생긴 3가지 변화는요?
자취하는 대신 하루에 4만 원씩 벌어보겠다고 엄마와 약속하면서부터...
1. 성격이 여유로워졌어요.
하루 3시간 30분에 육박하던 출퇴근 시간의 압박이 줄어드니 성격이 여유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아침엔 8시 즈음 일어나서 주식 방송을 틀어 놓고 가볍게 러닝이나 스트레칭을 하며 쉬어요. 집과 회사가 가까우니 출근 부담감 zero에요.
2. 대중교통 대신 걷기 시작했어요.
서울 온 뒤로 택시뿐 아니라 지하철 이용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어요. 애초에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는 돌아다닌 적도 없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다 보니 생긴 변화에요. 서울살이를 하면서 줄일 수 있는 소비는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중 하나가 교통비에요. 회사나 2~3km 내의 약속 장소는 걸어 다니고 있어요.
3.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서울에 살면서 여유 시간이 확보되고,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홈즈스튜디오에 살기 위해 엄마와 약속 했던 게 하루에 4만 원씩 벌어보겠다 약속했었거든요. 그래서 아침 스트레칭이나 브런치 글쓰기부터 경제공부, 미래를 위한 커리어 모임을 주도해서 하고 있고, 요리도 계속하고 있어요.
Q. 요즘 꽂힌 게 있나요?
노을지는 시간 제 방의 '헬로' 네온사인과 함께 보는 창가뷰가 좋아요.
요즘 방 꾸미기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원래 석 달만 살고 본가 돌아가려 했는데, 서울살이에 만족해서 못 돌아갈 것 같아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살 것을 고려해 집을 좀 더 꾸미고 있습니다. 카페, 영화관 같은 공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을 지는 시간 제 방에 '헬로' 네온사인과 함께 보는 창가 뷰가 좋아요.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주로 집에서 일하는데, 책상에서 일하다 답답하면 라운지 가서 커피 마시며 일하기도 해요. 저녁이 되면 제 방에서 보는 노을이 예쁘니 창가 쪽 책상으로 옮겨 일하구요. 코로나 때문에 모든 모임을 저희 집에서 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가까워서 집에 놀러 오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빔 프로젝트도 극장처럼 틀어주거든요.
Q. 송민님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율적인 공간을 뜻하는 '슈필라움'을 아시나요?
제 공간이 너무 좋아요. 밤 늦게까지 눈치 안보고 통화할 수있고, 맘껏 자도 깨우는 사람 없고, 가끔은 시원하게 펑펑 울 수도 있구요. 꿈꿔왔던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아닐지라도 알파벳 필기체로 'hello'라고 쓰인 핑크색 네온사인 조명 하나면 충분해요.
얼마 전 '공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읽었어요. 김정운 작가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에서는 개인만의 공간인 ‘슈필라움’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독일어로 ‘슈필라움’은 여유 공간, 즉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이라고 해요. ‘물리적’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해서요.
책을 읽으며 내 방에서 왜 안락함을 느낄 수 없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분명 물리적 공간은 있었지만, 심리적 자유나 여유는 보장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밤 늦게 통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족들의 눈치도 보이고, 늦게 귀가하는 것도 민폐가 되니까요. 기존에는 한 집에서 가족과 오래 살다가 이 공간에서 저 혼자만 오롯이 시간을 보내고 예쁜 하늘 풍경도 매일 보다보니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영감을 많이 받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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